매일신문

매일 지상토론-낙태

◈찬성-법 못미치는 현실 감안을

.의사윤리지침.이 낙태를 폭넓게 인정하는가. 답은 .아니다.이다. 형법 제270조는 임부의 촉탁이 있을지라도 의사가 낙태에 관여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낙태는 형법에서 정한 죄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모자보건법 제14조는 의사는 본인과 배우자의 동의를 얻어 제한적으로 인공임신중절수술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낙태는 어떤 경우라도 위법이고, 인공임신중절수술은 모자보건법이 허용하는 한에는 적법하다. 그러나 의료행위로서 낙태와 인공임신중절수술은 같다.

이와 관련, 지난 15일에 공포한 의사윤리지침은 제54조 제2항에서 .의사는 의학적.사회적으로 적절하고 합당한 경우라도 인공임신중절수술을 시행하는 데 신중하여야 하며, 산모의 건강과 태아의 생명권에 특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명시하였다. 의사윤리지침의 배경으로 법이 미치지 못하는 현실을 감안해 볼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중학생인 딸이 가출했다가 돌아왔는데 임신 3개월이라는 것이다. 우리 현실에서 미성년에 대한 성교육은 철저하지 못하고, 미혼모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차갑다. 과연 누가 아이를 낳아 기르도록 주장할 수 있는가. 이런 경우라 할지라도 인공임신중절수술은 법적인 제재를 받는다. 그래서 의사윤리지침은 .법에서 허용한 경우.라 하지 못하고, .의학적.사회적으로 적절하고 합당한 경우.라고 하였다.

우리 나라에는 인공임신중절수술이 많이 시행된다. 너무 쉽게 시행된다는 점도 수긍한다. 심지어 7개월짜리 태아를 낙태하고 약물을 투여하여 사망케 한 의사도 있다. 그러나 이것만이 전부는 아니다. 의사윤리지침이 .낙태.뿐 아니라 여러 가지 .생명윤리.에 관한 사회적인 시각을 넓히고 여기에 대한 논의를 촉발시키기를 기대한다.

이윤성 (서울의대 법의학 교수)

◈반대-건전한 성문화 조성 우선돼야

낙태는 우리나라 경제개발 정책, 인구 정책과 맞물려 형법, 모자보건법상 엄연히 금지되고 있음에도 연간 약 100만건 이상 시술되고 있다. 전체 유산 건수의 10% 정도만 합법적 유산으로 인정되고 있을 뿐이다. 현실적으로 형법, 모자보건법의 낙태금지 규정이 사문화(死文化)된 채 방치되어 온 셈이다. 더욱이 한때는 정부 스스로 임신초기 낙태를 장려하여 소위 월경조절술(MR)을 보급하고 시술비까지 지원해 주는 등 낙태가 공공연한 피임의 한 방법으로 인식되기도 하였다.

현재 기혼 여성의 약 41.4%가 인공유산의 경험이 있으며, 계획되지 않은 임신의 약 90%가 인공유산으로 종결되고 있다. 특히 교육수준이 낮을수록 첫 임신을 종결시키는 경향이 높다. 우리나라 여성들은 피임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여 피임법의 종류에 대한 인지도가 13.6%밖에 되지 않는다. 다행히 1990년을 정점으로 기혼 부인의 인공중절률은 소자녀 갖기 등의 원인으로 급격히 감소하는 추세다. 그러나 미혼여성의 유산율 실태는 통계자료가 부정확하지만 결혼시기가 늦어지고 성개방 풍조 등에 힘입어 증가하는 추세다.

낙태는 오랜기간 종교적, 윤리적 문제와 더불어 허용 여부에 대한 정치적 논쟁이 되어 왔다. 전세계적으로도 아직 미해결의 장으로 남아있는 과제다.

우리나라 여성들의 인공중절 원인 중 피임 실패에 의한 임신이 52.3%를 차지, 상당부분 방지할 수 있는 만큼 낙태는 금지하되 피임교육을 대대적으로 펼쳐나가야 한다. 최근 인력수급의 불균형으로 과거 부르짖던 가족계획사업은 수정되어야 하며, 출산장려에 대한 적절한 정책이 나와야 할 것이다. 또 사후 피임약(morning after pills) 사용을 전문화하고, 여성의 인권을 신장시키며 재산분배에도 불이익이 없도록 해야 한다. 무엇보다 건전한 성문화를 조성해 야 할 것이다.

윤성도(계명대학교 동산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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