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절대 禁煙'

세계 3대 종교 중의 하나인 이슬람교의 모슬렘들은 돼지고기.개고기는 물론 동물의 피도 피한다. 식사할 때는 반드시 오른손만 쓰고, 청소와 같은 하찮은 일은 왼손으로만 해야 한다. 유일신인 알라가 가브리엘 천사를 통해 마호메드에게 가르침을 내렸다는 .라마단. 기간엔 해가 떠 있는 동안 절대 담배를 피워서는 안 된다. 모든 음식과 성행위도 금지된다. 모슬렘들이 이 고통을 기꺼이 이겨내는 것은 보다 경건한 마음으로 신의 가르침에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서라고 한다.

우리 사회에는 건강 문제가 큰 관심사로 떠오르면서 금기시되는 것들이 늘고 있다. 건강에 백해무익(百害無益)하다는 흡연(우리나라 성인 남자는 70%로 세계 1위)은 그 대표적인 경우다. 독성물질.발암물질 덩어리라는 담배는 흡연자의 건강을 망가뜨리는 데 그치지 않고, 간접흡연의 피해가 직접흡연의 25%나 된다는 주장이 나와 .흡연은 살인 행위.라는 설득력까지 얻고 있는 형편이다.

이르면 내년 9월부터 중앙정부 청사.유치원.초중고.의료기관 건물 등은 .절대 금연. 구역으로, 월드컵 경기를 앞둔 내년 1월부터는 1천석 이상의 경기장 관람석과 PC방.만화방 등도 .금연. 구역으로 지정될 모양이다. 이곳에서 흡연하다 적발되면 10만원의 과태료를, 옥상.옥외계단 등 통풍이 가능한 건물 바깥에 흡연 구역을 설치할 의무가 있는 기관장이나 건물주가 의무 규정을 어기면 500만원의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이 같은 내용의 금연 종합대책을 마련해 추진키로 한 보건복지부는 음식점의 경우도 50석 이상이나 100평 이상이면 의무적으로 금연석을 설치토록 했다. 또한 청소년들이 담배를 쉽게 살 수 없도록 흡연구역 안에는 담배자동판매기 설치를 막고, 청소년에게 담배를 파는 업소를 신고하면 포상금을 주기로 했다. 그간 지방자치단체들이 지방세 수입을 높이기 위해 벌이던 .내 고장 담배 사기. 운동도 두말할 나위 없이 금지된다.

갈수록 천덕꾸러기가 되고 국제화 사회에서 아직도 몰상식 수준이라는 비난을 면치 못하는 우리나라 애연가들은 때론 .유해과장론.등을 펴기도 한다. 하지만 이젠 가장 가까운 사람들에게 살인 행위를 저지른다는 죄책감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단계마저 넘어서서 추방의 위기를 맞고 있다. 오랜 세월 정념.정한.여유.멋의 상징이었던 담배의 운명은 건강 문제 앞에서 초라하기 짝이 없다. 지독한 애연가였던 시인 공초 오상순은 다른 세상에서 지금도 아무 말 없이 줄담배를 피우고 있을는지….

이태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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