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오후 경북도교육청. 그 안팎에서는 3개의 행렬이 너무도 격렬한 대조를 이뤘다. 혼란하기 그지없는 교사 수급 정책, 거기다 이 나라가 지금 부닥치고 있는 최악의 취업난을 응축해 보여주는 듯한 풍경.
첫번째 줄은 교육청 본관 4층에 형성된 중등교사 신규채용 원서 접수자들의 것이었다. 446명 모집에 지원자는 3천186명. 평균 7.14대 1의 경쟁률이었으나, 양호교사는 23.67대 1, 전자분야 교사는 15.67대 1에 달했다. 사범대를 늘리고 교직 이수자를 증가시킨 결과이자, 이 시대 극심한 취업난의 반영상이었다.
두번째 줄이 늘어 선 곳은 그 옆 별관. 여기 모인 사람들은 자격증을 갖고도 중등교사 되기를 포기, 교대 초등교사 연수과정 편입을 선택한 쪽이었다. 지난 사흘 동안의 접수 기간에 이쪽 행렬에 동참한 사람은 무려 5천608명. 첫날 1천500여명이 지원한데 이어 이튿날 2천200여명, 마지막날 1천900여명이 몰렸다. 그 중에서 교육청이 우선 360명을 뽑은 뒤 다시 60명을 탈락시킬 예정이니 최종 경쟁률은 18.7대 1에 달한 셈. 경기.전남.충남이 22일 원서 접수를 마감하지만, 경북의 경쟁률은 교대 특별편입을 실시하는 6개 도 중 최고가 될 것이 확실하다.
이 지원자들 중에는 아기를 업고 나온 주부도 있었다. 안모(37.여)씨는 "사범대를 졸업하고 중등 발령을 기다리던 중 덜컥 임용고사가 도입되면서 길이 막혔었다"며, "평생 소원인 교사만 될 수 있다면 몇년이고 준비할 수 있다"고 했다. 학원강사를 하다 지원하러 왔다는 강모(32)씨는 "본래 길대로 중등 신규 임용 원서를 내러 온 후배들을 만나니 기분이 착잡했다"고 했다.
세번째 행렬이 포진한 곳은 도교육청 밖이었다. 중등교사의 초등 임용에 반대해 대구.부산 교대생 1천여명이 연좌 시위를 벌이고 있었다. 교대생들은 그 후 국채보상공원까지 가두행진을 벌였으며, 특히 대구 등 4개 교대는 이날 교대 특별 편입학제 무효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냈다. 정원의 20%로 제한된 편입학 비율을 위반해 교육받을 기본권을 침해당했다는 것.
초등에 원서를 내러 왔던 중등 자격자들도 상당수 정부의 교육 정책 비판에는 다름이 없었다. "교원 수급도 생각않고 정년을 깎은 정부나, 2년만에 다시 정년을 늘린 정치권이나 똑같다" "교대생은 전교 꼴찌를 해도 발령받는다" "이런 식이라면 나부터도 아이를 농촌에서 키우지 않겠다" 등등. 듣기에도 가슴아픈 말들이었다.
김수용기자 ks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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