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영남 후보론은 영남모독 이다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때아닌 영남후보론이 기세를 부리고 있다. 영남출신 정치인은 물론 비(非) 영남정치인마저 영남후보론을 들먹이고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영남후보라야 당성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다. 물론 선거전략상 그렇게 말할 수도 있고 또 어쩌면 그럴 가능성이 있을 지도 모를 일이기는 하다. 지역주의는 역사에 대한 반역이지만.

그러나 이러한 주장들을 듣고 있는 영남인들의 속마음은 편치 못함을 정치인들은 깨달아야 한다. 첫째 이 주장은 영남인들을 지역주의의 화신(化身)으로 보고 있다는 점에 강한 거부감을 가지게 된다. 물론 지난 총선에서 싹쓸이 현상이 나온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그러나 굳이 변명하자면 내용상으로는 매번 싹쓸이가 나온 또 다른 지역의 싹쓸이와는 사뭇 다르지 않았는가. 그래도 영남인들은 영남후보라는 이유하나만으로 무조건 '우리가 남이가'하지는 않았다고 생각한다. 다시 말해 그래도 분별력은 있었다. 그럼 지난번 서울과 강원도에서 실시된 10·25 재보선에서 나타난 싹쓸이는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지역주의가 아닌 분별력에서 나온 것이 아닌가. 영남인들도 민주주의는 정당정치이고 책임정치라는 것을 잘 알고 있고 또 반드시는 아니지만 대체로 인물본위로 선출하고 있다.

두 번째로는 영남인들은 정권에 걸신들린 사람들로 보고 있다는 점이다. 자민련의 김종필 총재는 얼마전 문화일보와 인터뷰에서 "(내년 대선에서)영남이 (후보를) 한 사람도 안 낼 정도로 그냥 쓰러질 것 같지는 않다"고 했다. 정치인으로서 한 예측이기도 하지만 다분히 영남모독적이다. 왜냐하면 '후보를 내지 않고 그냥 쓰러지지 않는다'는 것은 영남인들은 "우리가 권력을 잡지 않으면 안된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전제로한 말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대한 답(答)은 일부 정치인들이 영남당 창당 움직임을 보였으나 영남인들이 거들떠보지도 않아 없었던 일로 대신한다. 아무리 정치는 현실이라고 해도 이제 더 이상 영남인들을 핫바지로 몰지 말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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