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2002 지역대학 현장-대구공업대학

가을 햇살이 따뜻하던 날 찾아갔던 이 대학 캠퍼스는 대학 이름이 주는 딱딱한 이미지와 달리 한 가운데 소공원과 산책로.조깅로 등을 갖춰 아담하고 호젓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자칫 시대에 뒤떨어지는 듯한 느낌을 줄 수 있다고 해서 대부분 전문대들이 '공업'이란 명칭을 '정보' '과학' 등으로 바꿨지만 이 대학만은 '공업'을 고집하고 있다. 이유가 뭘까? 윤봉균 관리부장의 설명은 선명했다. "대구.경북에서 유일한 공업대학이라는 점에 자부심을 느끼고 있습니다. '공업'은 마음대로 뗐다 붙였다 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전체 학과 중 공업계 비율이 70%를 넘어야 비로소 공업대학이 됩니다. 그렇다고 해서 정보화나 첨단분야에서 뒤처졌다는 뜻은 아닙니다".

전체 14개 계열 및 학과 중에 10개가 공업계라고 했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개설된 신소재계열(전자재료 및 세라믹재료 전공)도 그 중 하나. 거기다 건축과, 산업디자인과, 토목환경과, 전기과, 자동차과 등이 정통 공업계의 자부심을 지키고 있다.

1981년 건축과에 입학했다는 권혁균씨를 만났다. 건축사로 건축사무소 '모던'을 운영하며 가끔 모교를 찾는다는 권 소장과 자리를 함께 한 사람은 건축과의 까마득한 후배 재학생 이기봉(95학번)씨와 김주은(2000학번)양.

권 소장이 먼저 운을 뗐다. "장화 없이는 학교 못다닌다는 말이 있을 때가 있었지. 근처가 온통 논밭인데다 비만 오면 길이 질척거렸죠. 그 때는 학교 건물이라고 해야 3, 4동 뿐일 정도로 캠퍼스가 작았습니다".후배 이씨는 실감이 안난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지금은 건물이 17동이나 됩니다. 학내 전산망이 잘 구축돼 있어 어디서나 초고속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죠. 컴퓨터 단말기가1천200대를 넘고 첨단 기자재도 고루 갖춰졌습니다".

대화가 자연스레 취업 문제로 넘어갔다. "인테리어를 공부하고 싶어서 건축과를 택했지만 공부도 너무 어렵고 원하는 분야 진출도 쉽지 않아요!" 마산 출신이라는 김양이 조언을 구했다. "괜찮은 인테리어를 발견하면 사진으로 남겨둘 수 있도록 항상 카메라를 들고 다니세요. 학창시절 모아 두는 자료가 현업에 진출했을 때 큰 도움을 줍니다.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현장 감각을 익히세요. 당장 월급이 많고 적은 것을 떠나 5~10년 뒤에 자신이 어떤 모습을 할지 미리 계획하고 준비해야 합니다". 권 소장이멀리 보도록 충고하면서 졸업 후 20년 가까이 현장에서 쌓아온 취업 노하우를 자세히 들려줬다.

취업 얘기가 계속되자 옆에 있던 건축과 학과장 이응희 교수가 현장 위주의 교육을 강조하며 대화에 동참했다. "단순 지식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진출하려는 분야에 대한 최신 정보도 꾸준히 제공합니다. 자격증 취득보다 현장과 바로 연계할 수 있는 교육을 하지요. 건축 설계의 경우 설계사무소에서 실제 사용 중인 프로그램으로 강의합니다. 덕분에 지난 4월 기준 취업률이 82%를 넘었습니다. 건축과 취업대상자 131명 중에 108명이 취업한 것입니다".

대구공업대학은 127개 기업체와 산학협력 관계를 지속하고 있다. 이들 업체에 학생들을 보내 실습교육을 하고, 교육과정 개발에 함께 참여하기도 한다는 것. "대구공업대학 졸업생은 현장감각이 뛰어난 편입니다. 제 사무소에도 매년 3, 4명씩 실습을 나오죠. 당장 채용해도 제 몫을 해낼 정도입니다". 권 소장이 후배 자랑을 늘어놨다.

김수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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