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2002 지역대학 현장-울산대학교

고속도로를 빠져나와 울산 시가지에 접어들자 울산의 상징인 공업탑이 눈에 들어왔다. 울산대는 거기서 오른쪽으로 500m쯤 떨어져 있었다. 낙엽이 소복이 쌓인 아름다운 캠퍼스. 잘가꿔진 공원에 들어선 느낌이었다.근사한 석조건물의 본관 3층에서 만난 이는 기획처장 김재홍 교수. 기획부처장을 거쳐 다음달이면 만 4년째 학교 기획업무를 맡게 되는 셈이라고 했다. 서울대 출신인 김 교수는 미국카네기멜론대에서 도시계획과 행정학을 공부했다. 교수 중 절반 가량이 서울대 출신이고, 3분의 1정도는 해외에서 학위를 취득했단다.

재학생의 70% 정도는 울산 출신, 나머지 학생들은 인근 경주.양산.부산에서 온다. 울산대만의 독특한 교육 커리큘럼부터 얘기해 보자고 했다."먼저 어문계열 학생에게 실시하는 '1학기 장기연수'가 있습니다. 한두달 외국에 나가서 놀다오는 것이 아니라 아예 1학기를 외국 자매대학에서 공부하도록 합니다. 3학년 1학기에 실시하는데 연수생에겐 등록금의 85%를 환불해줍니다. 일본, 캐나다 등지는 개인 부담이 200만원 정도 되지만, 서반아어과 학생들이 가는 멕시코나 중국에선 환불액만으로도 충분히학비와 생활비를 댈 수 있습니다. 학과마다 정원의 3분의 2정도가 참여하고 있지요. 물론 2, 3명씩 장학생을 선발해 학교측 전액 부담으로 1년씩 해외 대학에 보내는 프로그램도 있습니다. 덕분에 졸업생들의 해외 취업도 활발한 편입니다".

특히 멕시코에선 연수생들의 현지 취업이 활성화돼 있다고 했다. 스페인어와 한국어에 능통한 젊은 인재가 부족하다보니 멕시코에 진출한 한국 법인들이 연수생들을 가만히놔두지 않는다는 것. 본인이 원하면 100% 현지 취업한다고 했다. 취업 예약을 한 연수생들은 한국에 돌아와 남은 학기를 마친 뒤 멕시코로 돌아간다.

울산대 홍보책자를 뒤적이다가 '말콤 볼드리지 기준 도입'이란 문구를 발견했다. 김 교수에게 자문을 구했다. "한마디로 교수들 '죽어나는' 프로그램입니다". 도대체 뭐길래이렇게 겁부터 주고 시작하는 걸까? 짧게 설명하자면 이랬다. 말콤 볼드리지는 미국 레이건 대통령시절 상무장관의 이름. 볼드리지 장관은 품질 혁신을 통한 미국 경제 회복을 주도했고, 이 업적을 기려 '말콤 볼드리지 국가품질상'이 제정됐다. 이 기준은 주로 민간기업에 적용됐는데, 미국 미주리주립대가 처음 교육분야에 도입했다. 울산대는 일년 반에 걸친 연구 끝에 국내 대학 최초로 이를 받아들여 내년부터 본격 적용한다고 했다.

"한마디로 수요자 중심의 교육으로 완전히 바꾸자는 겁니다. 수요자는 학생, 학부모, 기업체, 지역사회 등을 총망라합니다. 대학 행정분야에는 이미 도입했고, 내년부터 교육에도 적용합니다. 교수들은 강의계획서, 시험문제, 평가까지 말콤 볼드리지 기준에 맞춰 작성하고 시행해야 합니다. 일방적인 강의와 평가가 아니라 학생 실력을 어느 기준까지끌어올리기 위한 구체적인 프로그램까지 포괄합니다. 강의하고 시험치는 단순한 교육과정은 더 이상 현실과는 맞지 않거든요. 여기에 맞춰 교육시설도 재정비했습니다".

울산대는 강의실을 멀티미디어 수업이 가능토록 꾸미고 있다. 첨단 설비를 갖춘 어학교육원도 작년에 완공했다. 1995년부터 1천억원을 투입한 '테크노 컴플렉스'(Tech Complex) 사업을 통해 학교 전체를 연구단지화했다. 말콤 볼드리지 기준이라는 소프트웨어와 첨단시설의 하드웨어. 울산대의 미래상을 엿볼 수 있었다.

김수용기자 ks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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