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고위당직자들이 내년 지방선거 공천을 운운하며 문희갑 대구시장을 압박한 것을 둘러싸고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 이회창 총재가 단체장 공천과 관련, 일체 함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터져 나온 당직자들의 이같은 발언은 거대 야당의 지나친 자신감 내지 오만함에서 나온 것으로 비쳐져 당 내부에서조차 비난이 일고 있다.
한나라당 이재오 총무는 지난 24일 문 대구시장을 겨냥, "민주당 공천을 받을 모양이지"라고 한 발언으로 파문이 일자 "농담이었다. 대구시장에 대한 공천불가 방침은 아니다"고 진화에 나섰다. 김만제 정책위의장도 "현재 공천 여부를 거론할 때는 아니다"며 "'김대중 대통령의 국제 외교와 노벨상 수상이 잘된 일' '업적을 역사가 평가할 것' 등의 문 시장 발언은 당 소속 시장으로서 지나친 것이었다"고 당 지도부의 공천운운 발언을 간접 해명했다. 문 시장이 지역을 위해 노력한 점은 이해하지만 과한 발언이었다는 것.
그러나 단체장 공천을 전제로 한 고위 당직자들의 이같은 발언을 두고 당 일각에서는 "대구.경북 지역의 반 DJ 정서로 인해 내년 한나라당 공천만 받으면 무조건 당선 된다는 자신감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고위 당직자들이 오해의 여지가 있는 발언을 남발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 9일 열렸던 시.도지사 간담회에서도 고위 당직자들이 광역단체장들에게 고압적인 자세를 보여 눈총을 받기도 했다.
지역 출신 모 의원은 "문 시장의 발언이 오해의 소지가 없지 않다"면서도 "고위 당직자들이 지역을 대표하는 시장을 일방적으로 매도한 것은 오만한 행태"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의원은 "당직자들이 공천과 관련, 미묘한 시기에 공개적으로 대구시장을 비난한 것은 일종의 목조르기"라고 했다. 강재섭 부총재도 "단체장이 지역을 찾아온 대통령에게 예의 차원에서 할 수 있는 말이며 그렇게 함으로써 더 많은 지원을 얻을 수 있지 않겠는가"라며 "이상한 눈으로 보는 자체가 이상하다"고 지적했다.
박진홍기자 pjh@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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