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기금 부실실태

감사원 감사와 기획예산처 기금운용평가단의 2000년 기금운용평가 결과 정부 각 부처의 기금 운영실태가 투자비 회수가 어렵거나 중복투자되는 등 부실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나라당 이한구 의원이 25일 주장했다.

다음은 이 의원이 이들 기관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토대로 지적한 각종 기금의 부실운용 실태.

◇재무현황=61개 전체 기금 가운데 폐지예정 4개 기금을 제외한 57개 기금 중국민연금기금과 사립학교교직원연금 기금, 공무원연금기금, 군인연금기금 등 4개 연금성 기금을 제외한 나머지 기금들의 재무구조가 매우 열악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용보증기금 등 12개 금융성기금은 총 7조원의 자본잠식 상태에 있고, 산업기반기금 등 41개 사업성 기금은 부채비율이 791%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98년 이후 3년간 정부로부터 출연.출자 12조4천억원, 예산지원 13조6천억원 등 26조원의 지원을 받았음에도 전체 기금은 50조4천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기금운용평가=57개 기금에 대한 기획예산처 기금운용평가단의 평가를 종합관리(30점), 사업운영(30점), 자산운용(40점) 등의 항목으로 나눠 수치로 환산한 결과 평균은 51.6점에 그쳤다.

특히 산업기반기금, 과학기술진흥기금, 편의시설설치촉진기금, 문화산업진흥기금, 청소년육성기금, 국민체육진흥기금, 관광진흥개발기금 등 7개 사업성 기금은 평균이 40점 미만으로 나타나 대폭적인 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기금 성격별로는 금융성 기금 57.3점, 연금성 기금 56.6점, 사업성 기금 49.4점등으로 나타나 사업성기금이 다른 기금보다 운영이 부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주택금융신용보증기금(70점), 부실채권정리기금(67점), 신용보증기금, 기술신보기금.산업기반신보기금(이상 각 63점), 원자력연구개발기금(62점)은 다른기금에 비해 상대적으로 양호했다.

또 정밀실사를 한 31개 기금을 항목별로 100점 만점으로 환산할 경우 설치목적부합성에서 40점 이하의 낮은 점수를 받은 기금이 문화산업기금, 과학기술진흥기금, 청소년육성기금, 산업기반기금 등 10개에 달했다.

또 사업운영 적절성에서 40점 이하를 받은 기금도 과학기술진흥기금, 국민체육진흥기금, 축산기금 등 13개에 달했고 방송기금, 남북협력기금 등 24개 기금은 자산운용정책에서 낙제점을 받았다.

◇감사원 지적=중소기업창업 및 진흥기금의 경우 1천143억원을 들여 서울 목동에 유통시설 직접운용을 위한 백화점 등 복합건물을 신축했으나 분양부진으로 공사비를 회수하지 못해 기금운용에 부담을 주었다는 지적을 받았다.

또 해당 백화점의 자회사인 '중소기업유통센터'는 영업실적 부진으로 지난해 10월 현재 159억원의 적자가 누적돼 자본금 148억원이 완전잠식상태에 빠졌다.

국민건강증진기금도 골수조정이식 사업 등 일반예산에서 집행해야 할 사업을 기금에서 집행했으며, 기금사업수행능력이 의문시되는 한국금연운동연합회 등 11개단체에 11억원을 지원하는 등 기금을 소액으로 분산지원, 기금설치 목적 달성이 미흡한 것으로 지적됐다.

또 외국환평형기금은 1차 영업정지를 받은 대한종금에 2천만달러를 배정했으며, 사학진흥기금도 98년부터 지난해까지 교육환경개선을 위한 자금을 지원하면서 여유자금이 있는 사학에 자금을 지원했다가 적발됐다.

특히 도로교통안전관리공단기금의 경우는 사업수요나 경제성을 검토하지 않고 교통과학연구원 실험단지 조성사업을 위해 208억원을 들여 부지조성공사를 마쳤으나 98년 8월 기획예산처에서 사업필요성 등에 의문을 제기하며 사업중단을 지시함에 따라 부지 매각이 불가피, 30억~60억원대의 손실이 우려된다.

◇부실운용 원인과 대안=제2의 예산으로 불리는 기금은 사실상 국회의 심의와 통제 밖에서 운용되기 때문에 관리소홀이나 도덕적 해이로 인해 운용의 효율성이 떨어지기 쉽고 때로는 정치적 목적으로 본래 목적과 달리 운용되고 있다고 이한구 의원은 지적했다.

이에 따라 이 의원은 △설치목적 달성기금 폐지 △유사기금 통합 △예산으로 업무수행이 가능한 기금의 일반회계나 특수회계 흡수 △반기 또는 분기별 기금운영상태 발표 등을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