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북극성문화학교는

대학입학 수학능력 시험이 끝난 후 경북 성주군 대가면 '북극성 문화학교'(폐교된 옛 대서초등학교)에 50인의 특별한 학생과 7인의 특별한 선생님이 모였다. 수능을 마친 고등학교 3학년생들과 먼저 북극성학교를 졸업하고 이제는 보조 교사로 참가한 대학생들, 그리고 이 학교를 맨 처음 기획하고 이끌어 가는 전현직 제도권 학교 선생님들이 그들이다. 여기에 도자기, 택견, 풍물, 수묵화, 다례(茶禮) 등 전통 문화를 연구하는 전문가들도 함께 한다.

북극성 문화학교는 첨단과 경쟁 논리에 힘없이 밀려난 '바른 몸짓'과 '마음씀씀이' 등 한국적인 기량을 가르치고 익히기 위한 공간이다. 평상시에는 민족문화를 연구, 계승하려는 개인이나 단체의 문화공간으로 활용된다.

북극성 문화학교는 성주의 교사(校舍)를 비롯, 대구시 감삼동에 공부공간이 마련돼 있고 도심 곳곳에 도예, 문학, 택견, 풍물, 국악, 명상호흡, 해동검도, 국술 등 수련장이 후원하는 형식으로 운영된다. 이 학교의 수업은 수능이 끝난 후부터 이듬해 3월까지 100일과 제도권 학교가 방학에 들어가는 한여름과 한겨울에는 초.중학생을 대상으로 이루어진다. 스승과 제자들은 이 기간동안 제도권 교육이 소홀히 해온 예절, 인성, 자연, 우리 전통 등을 익힌다. 여기에 국제화 시대에 발맞출 수 있도록 IT영상, 세계여행, 외국 학생과의 교류 등도 포함돼 있다.

사는데 별 아쉬움이 없어 보이는 전.현직 제도권 교사들이 이 학교를 열고, 대학입학 수학능력시험을 마치고 이제는 어디론가 뛰쳐나가고 싶을 고3생들이 이 자리에 모인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이 땅에서 태어나고 자라 고등학교 3학년쯤 된 학생들은 대부분 조금은 이상한 시간을 지내왔다. 참 오랫동안 학교를 다녔지만 사람을 사랑하고 존경하는 법을 배우지 못했고, 존경받는 법을 익히지도 못한다. 줄곧 거대한 기계의 쓸만한 부속품이 되기 위한 교육을 받았을 뿐이다. 이곳의 학생들과 선생님들은 '참인간'에 대해 가르치고 배우기 위해 모인 것이다.

이 학교의 교육과정은 선생님들이 일방적으로 짜둔 것이 아니다. 가르침과 배움을 '얼마나 쓸모가 있을까'하는 식의 경제논리로 재단하지도 않는다. 주입식 일방 교육이란 있을 수 없고 스승과 학생이 따로일 수 없다. 모두 스승이 되고 학생이 되어 가르치고 배운다. 그 재미있고 힘든, 때로는 지겨운 모든 과정이 이 학교의 수업인 셈이다. 지난 6월 한 후원자가 제공한 이 폐교를 북극성 문화학교로 가꾸기 위해 흘리는 땀도 선생님들과 학생들에게는 공부다.

학교의 이름도 학생들이 지었다. 제 자리를 찾지 못한 채 이리저리 흔들리는 세태 속에서 '북극성'처럼 굳건히 자리를 지키자는 의미를 담았다. 이곳의 아이들과 선생님들은 흔들리지 않는 '북극성'이 되고 싶은 것이다.

북극성 학교는 전통 문화뿐만 아니라 국제화 시대에 어울릴 수 있도록 컴퓨터, 영상 등 첨단 교육 프로그램도 준비돼 있다.

"수능이란 이름아래 내게 금지돼 있던 것들, 내 소망과 무관하게 수능 점수로 재단될 수밖에 없었던 내 인생을 이 곳에서 다양하게 실험해볼 수 있었어요. 그래서 저는 감히 어른이 되었다고 말할 수 있어요". 북극성 문화학교 졸업생이자 지금은 보조교사로 참여한 대학생 이효은씨의 말이다.

또 다른 대학생 보조교사 서병목씨는 "직접 행사를 기획하고 추진하는 동안 책임질 줄 아는 사람이 된 것 같습니다"며 사뭇 어른스러운 말투로 이야기한다.

무료 학교인 만큼 학생들은 '돈 공부'도 열심이다. 각종 장비가 무료로 지원될 뿐, 갖가지 실습과 답사 비용은 대부분 선생님들이 갹출하기에 경제적인 기획은 필수적이다.

청년과 민족의 미래를 준비하려는 마음으로 만난 선생님과 학생들. 100일간의 북극성 문화학교 생활에서 학생들은 무거운 가방 탓에 축 처진 어깨를 끌어올리고 '참인간'으로 세상사는 법을 가르치고 배운다. 조두진기자 earful@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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