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성 문화학교의 도명섭 교장 선생님. 그의 얼굴은 맑고 온화하다. 마흔 여덟, 어딘가 세월의 흠집이 한두 개쯤 생겼을 법도 하지만 도 교장의 얼굴은 아이의 얼굴처럼 빛난다. 그는 북극성 문화학교의 총지휘자이며 이곳 아이들의 '아버지'이다.
도명섭 교장은 20년 동안 근무해온 제도권 학교를 지난 9월 그만두었다. 98년 출발 때부터 몸담아온 '북극성 문화학교'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셈이다. 그가 교사 생활을 중단한 것은 학교 선생 노릇을 견딜 수 없었다거나, 막연히 생활에 변화를 주고 싶다는 객적은 마음 때문이 아니다. 성적 제일주의, 물질주의로 변한 세상을 바꾸고 싶었기 때문이다.
"교육 현장에 머무는 동안 이건 사람을 키우는 게 아니다 싶은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성적 1등이 인성도 1등인 학교, 성적 이외에 아이들의 장점을 알아채고 키워 줄 아무런 장치도 없는 현실…, 이런 식으로는 우리 아이들을 지킬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도명섭 교장은 현 세태를 '탁류'로 규정한다. 그래서 작지만 맑은 샘물하나 판다는 심정으로 스스로 이 학교의 교장이 됐다. 월급이나 활동비는 한푼도 없다. 오히려 적은 돈이지만 그의 주머니에서 이 학교 행사비가 지출된다. 아들딸은 웬만큼 자랐고 밥을 굶을 만큼 가난하지도 않다. 게다가 지금껏 혜택을 받으며 살았다고 믿기에 이제는 베풀어야 한다고 결심을 굳힌 것이다.
그의 결심이 순탄하게 현실로 바뀐 것은 아니다. 아이들은 아버지의 결정을 박수로 환영했지만 생활을 아는 아내는 오랫동안 반대 의사를 굽히지 않았다. 오랫동안 낯익은 일상을 떠나는 도 교장 자신에게도 걱정이 없었을 리 없다. 존경하는 선생님을 잃어야 하는 제도권 학교 아이들의 서러움도 컸다.
어려움은 또 있다. 학부모들과 청소년들은 '전통 문화'라면 근거를 알 수 없는 적대감을 드러낸다. 예절을 배우고 장고를 배우고, 우리 소리를 배우는 과정을 시대착오적이며 쓸모 없는 시간낭비로 몰아세우기 십상이다. 게다가 세상에 아이들을 유혹하는 것들은 또 얼마나 많은가.
"세상에는 수능을 마친 고3 학생을 노리는 눈들이 많습니다. 술, 행락, 갖가지 학원, 아르바이트 등 온갖 유혹들이 수능이 끝나기가 무섭게 아이들을 낚아챕니다". 도 교장은 수능을 마친 학생들을 북극성 문화학교에 데려오는 일은 생각보다 훨씬 힘들다고 말한다. 억눌린 세월을 참아온 아이들인 만큼 해보고 싶었던 일이 많으리라는 것을 도 교장도 안다. 행여 자녀들이 영어회화를 게을리 할까 두려운 부모의 마음도 안다. 문제는 그 많은 '하고 싶은 일들'이 수능을 끝낸 고3학생들에게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아이들을 데려오기 위해 아르바이트 일당을 계산해 줄까하는 생각도 했어요. 내버려두어서는 안되니까요".
도 교장을 비롯한 7명의 북극성 문화학교 선생님들은 아이들을 성적 1등으로 키우고 싶어하지 않는다. 그들의 바람은 교과 성적 1등이 아닌 참인간을 만드는데 있다.
조두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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