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한말 경북 청송에서 일어났던 의병활동을 아십니까. 우리 지역에서조차 거의 알려져 있지 않았던 한말 의병활동의 생생한 진중기록이 한문 원본 사진판과 함께 한글로 번역돼나와 항토사 연구에 귀중한 1차 자료가 될 전망이다.
책 이름은 적원일기(赤猿日記). 이 기록은 1895년(乙未年) 일제가 경복궁에서 명성황후를 시해한 을미사변에 격분한 전국 유림들이 이듬해 병신년(丙申年)에 일으킨 의병활동의 하나로 청송의 의병사이기도 하다.
책 제목인 '적원'의 적(赤)은 '남녘 병(丙)'을 원(猿)은 12지(支)의 '신(申)'을 뜻하므로 의병활동이 치열하던 병신년(丙申年)의 일기라는 뜻이다. 의병대장은 청송군 파천면 덕천리에 살던 청송 심씨 문중의 심성지(沈誠之) 공으로 그해 음력 정월 창의해서 고종의 명에 따라 의진(義陣)을 해산한 4월까지 석달간의 기록이다.
의병활동에 참여한 인사들도 함안 조(趙)씨.평산 신(申)씨.여흥 민(閔)씨.의성 김(金)씨.파평 윤(尹)씨.안동 권(權)씨.달성 서(徐)씨.영양 남(南)씨.아산 장(蔣)씨 등 청송지역 여러 문중의 양반유생들과 농민 병사 등 180여명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 저서는 전문가의 연구저작이라기 보다는 한 아마추어의 집념과 한적(漢籍)의 뜻을 올바르게 새기기 위한 여러 사람들의 공동노력의 결과여서 더 값지다. 또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선조들의 기록.문집을 후손들에게 널리 전하기 위한 것으로 전통문화 보존과 전승의 의미도 담겨있다.
청송 심씨 집안에서 전해 내려오다 몇년 전에 발견된 이 진중일기로 의병대장 심성지 공은 광복 50주년을 맞던 1995년 8월 15일에야 정부로부터 건국훈장 애족장을추서 받았다.이 책은 △적원일기의 사진 복사판과 한글해석 △대경대 권대웅 교수의 분석 논문 △심성지 공의 용병철학을 기록한 강병론(强兵論) △공의 과거 응시 답안인 과거문(科擧文)과 유고문집 등을 한데 모았으며, 적원일기 기록자 중 한사람이었던 오세로(吳世魯) 선생의 문집 중 의병관련 부분 등도 발췌해 실었다. 특히 한문 필사본인 원본의 사진판을 그대로 옮겨 실으면서 한글 해석을 덧붙여 전문 연구가들과 일반인들을 동시에 배려했다.
편역자는 당시 의병대장이었던 심성지 공의 현손서(玄孫壻)인 퇴직 교육자 김병목(73)씨. 김씨는 "당시의 의병활동은 청송 군내 여러 문중과 군민들이 참여한 자랑스런구국활동이었다"며 "세월의 뒷자락에 파묻히고 잊혀져가는 선조들의 우국충정의 역사를 다시 발굴하고 전파하기 위한 일념으로 책을 펴냈다"고 밝혔다.
조향래기자 swordj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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