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與黨, 업체 保證에까지 끼어드나

집권당인 민주당이 특정업체의 보증을 부탁하는 공문을 금융기관에 보낸 것은 전례가 없는 일로써 관치(官治)금융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다. 특히 집권당이 이같은 협조 공문을 공식적으로 발부한 것은 건전한 시장 기능을 왜곡시키는 처사로 경제 문제에 '정치 논리'가 여전히 개입돼 있음을 간접 시인한 셈이 돼 국민적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한나라당 홍준표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민주당은 지난 2월 군부대 내 시설공사를 하는 중소기업 Y사가 공사 선급금을 받을 수 있도록 신용보증기금에 '정책위원회 의장 남궁석' 명의로 8억2천500만원의 보증서 발급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는 것. 이에 대해 신보는 "규정상 매출액 한도 및 자기자본 한도 초과로 보증지원이 어렵다"며 거부 회신을 보냈는데도 민주당이 또 다시 '시행보증 지원협조 의뢰' 공문을 보냈다는 것은 충격이다. 결국 신보는 선급금 중 일부에 대한 신용보증 지원을 검토할 수밖에 없었다고 하니 관치 금융의 뿌리가 어디까지인지 가늠할 수조차 없다.

그동안 정치권의 금융기관에 대한 대출 압력은 수없이 되풀이 돼 왔다. 그러나 대체로 전화나 무언(無言)의 지시 등을 이용하는 방법으로 증거를 남기지 않는 것이 통례인데 비록 대출 압력은 아니지만 거기에 버금가는 불법적 행위인 업체 보증 압력용으로 집권 정당이 공문을 보냈다는 것은 중대 사안이다. 특히 Y사 사장이 민주당에 진정서를 접수시킨 바로 그날 신보에 협조 공문을 보냈다고 하니 어떻게 그렇게 '민원 처리'가 신속했는지 의문을 품지 않을 수가 없다.

여당은 업체의 보증을 지원해주는 기관이 아니다. 아무리 '국가안보와 관련된 사업'이라 하더라도 경제원칙을 어겨가며 특혜를 받도록 압력을 가한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지금 우리나라 금융계의 가장 큰 문제는 구조조정과 관치금융 혁파가 아닌가. 시장경쟁 원리를 누구보다 앞서 실천해야 할 집권 정당이 시장질서 파괴행동을 버젓이 자행하고 있다는 것은 반(反)시장적 행위에 다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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