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제인 구달(67) 박사. 대학졸업장도 없는 비서였던 그는 아프리카로 건너가 침팬지와 함께 생활하며 동물행동학의 대가가 된 전설(?)적인 인물이다.
'인간의 그늘에서'(제인 구달 지음.사이언스북스 펴냄)는 그가 30여년간의 실증적 연구를 토대로 쓴 침팬지에 대한 생태보고서다. 이 책은 연구서보다는 관찰기록에 더 가까워 쉽게 읽혀지는 게 강점이다. 그의 침팬지와 인간에 대한 따뜻한 마음이 곳곳에 배어 있어 정겨운 느낌이 앞서는 책이다.
그는 어린 시절 동물과 관련된 에피소드와 26세때인 1960년 아프리카 탄자니아 곰비 국립공원으로 건너가 침팬지를 연구하게 된 경위를 소개한 뒤, 침팬지의 생태에 대한 얘기를 풀어가고 있다. 인간과 비슷하지만 인간에 조금 못 미치는 침팬지. 인류의 조상이 아프리카의 숲에서 나와 침팬지의 조상과 서로 다른 길을 걷게 된 것은 불과 600만년전이다.
인류는 눈 깜박할 사이에 농업혁명과 산업혁명을 일으키며 만물의 영장이 됐고, 침팬지는 예전 그대로의 생활방식을 고수(?)해왔다. 인류와 침팬지는 원래 한 집안에서태어나 어려서는 함께 자랐지만, 헤어져 살다 오랜만에 다시 만난 사촌인 셈이다.
그들도 인간과 마찬가지로 유아기 사춘기 성년기를 보내며 사회 에티켓과 서열, 가족관계 등을 중시한다.
▲유아기=갓 태어나서 네살까지의 시기로 주위로부터 많은 관심을 받는다. 유아기의 침팬지들은 엄마와 함께 잠자리를 쓰며 엄마의 젖을 먹는다. 다섯달이 지나면 걸음마를 배우고 혼자 나무에 오르려고 노력한다.
▲유년기=놀이 친구가 필요한 시기이다. 엄마와 떨어져 있는 것과 도구 사용을 배워가는 시기다. 침팬지 무리를 따르고 함께 어울리기 위해 노력한다.
▲사춘기=인간의 사춘기 만큼 만만치 않은 기간이다. 자신의 불안한 사회적 서열에 대해 절망과 좌절을 겪곤 한다. 사춘기의 수컷들은 발정한 암컷에게 구애하다 어른 침팬지에게 얻어맞기 일쑤다. 사춘기의 암컷들은 어른 수컷에게 관심을 사지 못하고, 유아기나 유년기의 어린 수컷에게만 관심을 얻는다.
▲성생활과 어른사회=암컷 침팬지는 발정기가 되면 생식기가 분홍빛으로 부풀어 올라, 수컷을 자극시켜 짝짓기를 한다. 암컷은 발정한 열흘동안 거의 모든 수컷들과 짝짓기를 한다. 어떤 암컷은 발정기에 수컷 한 마리와 단둘이서 멀리 여행을 떠난다. 수컷들은 돌격과시를 통해 점차 자신의 서열을 확립하고, 어른들의 사회에서 진정한 구성원으로자리매김한다.
▲가족관계=아기들은 엄마에게 생활 전반에 걸쳐 모든 것을 의지한다. 엄마의 부재는 아이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멀린'이라는 아기는 엄마가 죽자, 성격이 신경질적으로 변했으며 어른 수컷에게 자주 얻어맞았다. 점차 그의 성격은 침울해졌고 몸도 약해져 결국 얼마후에 죽고 말았다.
▲먹이 사냥과 도구 사용=침팬지는 풀줄기를 이용, 흰개미를 유인해 잡아먹거나, 나뭇잎을 휴지처럼 사용해 상처를 닦아낸다. 그들은 치밀한 계획을 세워 그들의 먹이인 고기를 사냥하는 모습도 보여준다. 도구 사용에 상당히 제한적이며 일차적인 방법밖에 모른다. 그것이 인간과 침팬지의 현재를 가른 기준일 것이다.
박병선기자 l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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