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겨울 문단에 웬 '청춘 시리즈'?. 도서출판 이룸이 다른 문예지나 매체에 실린 적인 없는 남녀 작가들의 중.단편을 모아 '청춘 2001'-'주머니 속의 송곳'과 '이상한 오렌지'란 소설집을 엮어냈다.
'주머니 속의 송곳'은 남성작가의 작품 속에서, '이상한 오렌지'는 여성작가의 작품 속에서 의미있는 단어를 찾아내 책의 제목으로 정했다. 이는 2001 청춘 시리즈 남녀편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각각 대변하는 어휘이기도 하다.
일견 복고적이면서도 정감어린 타이틀 '청춘'(靑春). 그러나 이것이 시리즈에 소개된 작가들의 연령이 모두 젊다는 것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작가들의 문제의식이 그만큼 본격적이고 새롭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자기만의 독창적인 문학세계를 보여줄 수 있는 남녀 작가들을 엄선했고, 앞으로도 연령이나 등단 연도에 관계없이 이같은 작품을 선보이는 작가들을 선정해 새로운 소설작품들을 해마다 선보일 예정.
이번에 첫 발간된 '청춘 2001'에 수록된 작품 경향은 '웬 청춘?'이란 의문이 제기될 만큼 칙칙할 정도의 우울감과 상실감이 주류를 이룬다. 생기발랄하고 긍정적인 세계가 아니라 우울한 청색이나 회색에 가깝다.
같은 공장에 15년째 다니며 그런 남자와 결혼해 그렇게 살아가는 여인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강영숙의 '피라미드 모양의 만성두통'이 그렇고, 어이없는 질병에 감염돼 어이없는 일을 당하는 러시아 유학생 남자를 등장시킨 김연경의 '내 몸속의 곰팡이'도 그렇다.
경북 김천 출생의 남성 작가 김연수의 '그 상처가 칼날의 생김새를 닮듯'은 광주항쟁이란 시대적 배경을 안고 대구로 이사를 온 광주출신 가족의 삶과 갈등을 그린 작품으로 마음에 잔잔한 파고를 일게한다. 청춘 시리즈가 이처럼 매년 독창적이고 의욕적인 작가와 작품들을 소개, 독자들의 관심을 지속적으로 불러 모을 수 있을지 눈여겨 볼 일이다.
조향래기자 swordj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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