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막 시작되는 문턱이면 집집마다 이웃끼리 모여 김장을 담그고, 젓갈 냄새가 풀풀 나는 생김치를 따뜻한 흰 쌀밥에 척척 걸쳐 먹던게 생각난다.
삼국형성 이전에 정착된 농경문화에서 시작된 김치는 적색 고춧가루, 녹색 배춧잎, 백색 무, 황색 마늘 그리고 흑색 젓갈로 오행 사상과 밀접한 관련을 가지고 있다. 주재료에는 상당량의 다양한 비타민이 함유되어 있어서 김치에는 각종 비타민 군이 풍부하다. 또한 김치는 당질이나 단백질, 지방 같은 열량이 많은 영양소의 함량이 적은데 비해 칼슘과 무기질이 많아 서양인들의 식단에서 나타나는 칼슘이나 인의 결핍이 우리에겐 전혀 문제되지 않는다.
김치의 맛은 여러 재료들을 적당한 온도에서 젖산 발효시키는 데서 나온다. 김치를 담그면 숙성과정에서 주로 유산균들이 재료에 들어있던 당류를 젖산과 기타 유기산으로 변화시키면서 신선하고 독특한 맛을 내게 된다. 그러나 시간이 많이 경과하면 산이 과도하게 생성되어 시어지고 맛이 떨어지며 좋은 효능도 줄어들게 된다. 김치의 유산균은 유산을 생성해서 바람직하기 않은 균들의 생육을 저해하고 박테리오신을 분비하여 항균 작용을 한다. 신경통과 피로회복에 좋은 비타민 B, C의 생산, 종양생성 억제작용 등은 유산균이 주는 좋은 선물이다. 김치를 많이 먹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유산균 발효유를 굳이 마시지 않더라도 김치를 통해 유산균을 섭취 할 수 있다.
최근 제네바에서 일본의 기무치를 누르고 우리의 김치가 국제규격위원회로부터 공인 받음에 따라 세계의 김치 시장 공략에 본격 채비를 갖추고 있다. 한편 일본의 기무치는 강력한 마케팅과 자본력으로 종전에 김치를 흉내냈던 수준을 넘어 우리 김치업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일본은 7월 10일을 '낫또의 날'로 지정하여 낫또(청국장의 일종)를 먹기 위한 대대적인 캠페인을 펼친다. 이처럼 우리도 초겨울의 어느 날을 '김치의 날'로 따로 정해 김치사랑을 실천함으로써 21세기 지구촌시대를 맞아 전통음식 세계화에 나서야 할 때이다.
이인선(계명대 전통미생물자원연구센터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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