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농담 한마디에 30억?

말을 함부로 쓰다 실수한 얘기 한토막-. 곰보 아저씨가 묘령의 아가씨와 어느 새벽 해장국 집에 갔다. 종업원에게 곰탕 보통 한그릇과 갈비탕 보통 한그릇을 시켰더니 종업원이 주방에다 대고 "2번 테이블에 '곰보 하나', '갈보 하나'"라고 외쳐댔다. "임마. 뭐야" 다음 순간 종업원의 눈에는 별이 몇개 왔다갔다 했다던가…. 이 말은 무턱대고 편리 위주로 말을 함부로 줄이거나 생각없이 내뱉는 것이 자칫하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 가를 깨닫게 하는 우스갯소리일 것이다.

▲우리 조상들은 예로부터 말조심을 무척했다. 그 혹독하던 왕조 시대 경망스런 말 한마디가 자칫 멸문의 화(滅門之禍)를 불러들여 패가망신 하는 수가 허다했기에 입 조심, 말 조심을 인격 수양의 근본으로 삼았다. '말은 천금 같이 무겁게 하고 옳은 행동은 비호처럼 민첩하게 하라'(訥於言敏於行)는 경구야말로 옛 선비들이 평생을 두고 지켰던 금과옥조였던 것이다.

▲인기 개그우먼 박경림씨가 SBS TV의 토크쇼에 출연, "내가 화장품 광고를 찍고나서 그 회사가 망했다"는 농담을 했다가 화장품 회사로부터 30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에 휘말리게 됐다한다. 박씨는 자신처럼 못생긴(?)얼굴이 화장품 광고에 출연했으니 그 화장품이 잘 팔렸겠느냐고 겸손한 의미에서 말했겠지만 결과적으로는 화장품 매출이 급감하는 등 타격이 크다는 것이다.

▲박씨의 농담에는 고의성이 없어보이지만 과실에 대한 책임은 물을 수 있다는 것이고 보면 앞으로 재판이 어떻게 진행될는지 궁금하다. 그렇지만 무엇보다 새삼 놀라게 되는 것은 TV매체의 파급효과다. "그 회사가 망했다"는 말 한마디에 당장 3억원어치가 반품되고 월 평균 매출액이 10억원에서 2억원으로 급감했다면 이야말로 TV가 기업의 생살여탈을 쥐고 있다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어쨌든 박씨 사건은 이제 농담도 함부로 못하는 시대에 우리가 살고 있음을 새삼 느끼게 한다. 한 사람이 하는 언어에는 '그 사람의 인격과 영혼이 담긴다'는 말이 있다. 할 말 안 할말 가리고 품위있는 말씨를 가다듬을 일이다.(김찬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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