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대구를 방문한 김대중 대통령에 대한 문희갑 시장의 극찬 발언이 적잖은 화제와 파장을 일으켰다.
문시장은 지난 22일 김 대통령과 지역인사 오찬장에서 인사말을 통해 "대통령님께서 국제관계와 국정운영에서 보여주신 탁월한 지도력과 미래를 내다보는 혜안, 조국의 평화통일에 대한 뜨거운 열정에 대해 깊은 경의를 표한다"며 각종 업적을 들어 찬사를 보냈다고 한다.
그는 "대통령님의 적극적인 지원에 힘입어 지역의 각종 현안사업들이 마무리 됐다"고 전제하고 "그러나 이처럼 대통령님의 많은 배려에도 불구하고 지역 특유의 정서로 인해 감사의 마음이 제대로 전해지지 못하고 있는 것을 무척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대통령의 업적은 역사가 평가할 것이라고 부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같은 내용이 알려지자 한나라당 중앙당 당직자 회의에서는 "문 시장이 민주당 공천 받으려고 하나"라는 비난성 한담이 오간 것으로 보도됐다. 이에 대해 지역 한나라당 일부 의원들은 "지역을 찾은 대통령에 대한 예우성 발언을 두고 중앙당 당직자들이 공천 운운 하며 매도한 것은 오만한 행위"라고 문 시장을 두둔하며 중앙당직자를 비판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문 시장의 발언이 오해의 소지는 있다고 지적했다고 한다.
한나라당은 재보선 승리 이후 교원정년문제 처리에서 드러났듯 민심이 뭔지, 문제의 핵심이 뭔지 모르는 것 같다. 여기에다 이같은 작은 해프닝까지 겹치자 이 지역 특유의 정서로 한나라당을 이 지역 집권당으로 끌어올리고 지지를 보냈던 많은 지역주민들은 한나라당의 한계를 보는 것 같아 씁쓸했을 것이다.
고도의 정치적 행위라 하더라도 공식석상에서 극찬과 과찬은 듣기 민망하고 예우 차원이라도 과공은 비례라고 한다.
문 시장이 깊은 경의를 표한 부분중 김 대통령의 '평화통일에 대한 열정'에 대해서는 국민 절대 다수가 인정을 할 것이다.
그러나 '국정운영에 대한 탁월한 지도력과 미래에 대한 혜안'에 대해서도 국민들이, 대구시민들이 동의할 수 있을까.
국민의 정부는 남북 관계개선과 IMF외환위기 극복, 그리고 IT산업의 진흥 등 몇가지를 대표적 치적으로 꼽는 것 같다.
국가적 치적은 당연히 국가 지도자의 지도력 산물로 간주되긴 하지만 남북관계를 제외한 IMF와 IT부분은 지난 수십년간 단련되고 축적된 국민적 역량과 경제적 편드멘털이 살아있었기에 치적화가 가능했던게 아닐까. 탁월한 지도력만으로 단기간에 이룩될 일은 아니었다.
국민의 정부 최대의 화두였던 개혁작업은 다소간의 성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국민에게 부담과 고통을 떠안기고 사회의 보편적 가치와 질서를 혼돈에 빠뜨리는 결과를 불러왔다.
작금의 국내외적 상황과 대처방식까지 감안할때 '탁월한 지도력과 혜안'이라는 찬사가 과연 가당한지 이해하기 어렵다.
지도자든 누구든 역사의 평가를 받는다. 역사에 맡겼다는 빌미로 현재에 편한대로 과다한 칭송과 폄하를 해서는 곤란하다.
문 시장이 국제공항 청사 확장, 월드컵 경기장 건립, 밀라노프로젝트 등 지역 현안에 대해 대통령의 배려에 감사를 표한 것은 예의상 마땅한 일이다. 그러나 지역 특유의 정서를 팔아 감사의 염을 더욱 간절히 표현한 부분은 이해하기 어렵다.어떤 지방자치단체든 큼직한 지역 현안엔 중앙정부의 지원이 있고 있어야 한다. 특별 배려는 정책 우선순위의 선택일 뿐이며, 터무니 없는 배려는 있어서도 안된다. 김 대통령이 대구를 특별 지원했다고 할만한 사업이 어떤 것인지 궁금하다.위천국가산업단지 지정문제는 대구 경제의 사활이 걸린 듯 전시민이 나섰던 현안이었다. 김 대통령은 집권하면 6개월 이내에 해결하겠다고 공약했다. 그러나 결과는 낙동강 수질문제라는 핑곗거리만 부각시킨 채 유야무야 됐다.
대구의 중심도로 달구벌로를 관통하는 지하철 2호선 공사는 또 어떤가. 2002년 월드컵 개막전 개통을 목표로 1996년 착공했지만 알게 모르게 개통은 2005년으로 밀려났다. IMF라는 핑곗거리가 있지만 10년동안 시민불편과 도시손실을 감수해야한다. 더군다나 요즘은 차선막기 차선바꾸기를 수시로 성의도 없이 해 대는 통에 시민들의 스트레스가 이만 저만이 아니다.
그리고 지역 경제는 수출이 16개월째 마이너스로 추락한 현실이 웅변하듯 어렵기 그지 없다.
사정이 이러한데 국가수반과 지방수장이 태연히 헌사와 공치사를 나누는 모양새는 결코 아름답지도 않고 지역 특유의 정서에는 더욱 맞지 않는 것 같다. (김재열 편집2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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