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제가 활력을 잃은 지 오래다. 섬유를 비롯한 전통 '굴뚝 산업'의 장기 침체때문이다. 이에 첨단·벤처 산업이 대체 산업으로 떠올랐다. 전국의 지자체들도 첨단·벤처기업 유치에 혈안이다. 그러나 대구시는 첨단·벤처산업에 대한 종합적 이해와 전략이 없다. 첨단·벤처 산업에 대한 몰이해와 무관심은 대구시의 '정책적 홀대'로 이어져 지역 첨단·벤처산업은 피지도못한 채 시들고 있다.
편집자주
대구시는 대구소프트웨어지원센터(정보통신부)와 대구디지털산업진흥원(문화관광부)을 통합, 계명대 대명동 캠퍼스에 대구SW(소프트웨어)비즈니스 타운을 조성, 지역 IT산업의요람으로 만들기로 했다. 그러나 대구시는 문광부 지원금 20억원 확보에 필요한 지자체 매칭펀드 20억원을 마련하지 못해 상당기간 사업을 추진하지 못했다. 지난달에야 겨우 "모자라는10억원을 내년 예산편성때 반드시 확보하겠다"는 문희갑 시장의 각서를 첨부, 가까스로 지원금을 받아냈다. 이 때문에 대구SW비즈니스타운의 개·보수 공사가 늦어져 당초 지난 10월 입주예정이었으나 내년 상반기나 돼야 업체들이 입주할 전망이다.
지역 벤처인들은 동대구 벤처밸리 조성 무산에도 '울분'을 터뜨리고 있다. 중소기업청이 동대구로 대구벤처센터 일대를 벤처촉진지구로 지정하면서 18억원의 지원예산을확보했지만 대구시가 매칭펀드 확보 시한인 지난 9월말까지 끝내 예산을 배정하지 않아 중기청 '지원금'을 그냥 날려보냈다. 이에 따라 동대구로 일대는 벤처밸리가 아니라 '다단계밸리'로 전락한 상태다. 대구경북중기청 관계자는 "대구에 배정됐던 지원금은 벤처육성자금을 많이 확보한 포항으로 돌려졌다"고 말했다. 또 대구·경북 벤처 교류대전은 당초11월 15~16일 대구에서 열릴 예정이었으나 대구시가 후원금을 못내 포항으로 옮겨 개최됐다.
대구 첨단·벤처산업의 위기는 비단 '돈' 문제 때문만 아니다. 지난 7월1일 대구시는 달성군 구지공단을 IT 단지로 개발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고 부지를 매입하는 등 추진중이다. 이에 IT관련 기업 CEO(최고경영자)와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IT산업 입지의 기본특성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터무니없는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IT를 비롯한첨단산업은 주택, 교육, 문화시설을 제대로 갖춰 전문 고급인력 채용이 쉬워야 하고, 대학을 비롯한 연구개발시설과 가까운 한편 원활한 교통여건을 갖춰야 한다. 그러나 구지공단은이러한 요건을 전혀 충족시키지 못한다는 것이다.
지역 벤처인들은 '경제 시장' 문희갑 시장의 첨단·벤처산업에 대한 인식부족도 지적한다. 한 벤처기업 관계자는 "지난 9월 모처럼 문 시장과 벤처기업인들의 간담회가마련돼 잔뜩 기대하고 참석했으나 문 시장은 대부분 '밀라노 프로젝트'를 주제로 이야기하고 모임을 끝냈다"며 섭섭해 했다.
이같은 대구시의 첨단·벤처산업에 대한 몰이해와 홀대는 지역 유망 벤처기업의 '탈(脫) 대구'를 부추기고 있다. 지역의 한 벤처기업은 반도체를 활용한 고부가 첨단제품을 생산하고 있으나 성서첨단산업단지에 입주하지 못했다. 대구시가 반도체와 직접 관련된 업종이 아니라며 입주신청조차 거절했기 때문이다. 이 업체는 공장부지를 마련하지 못해 애를 태우다 경기도 성남시의 적극적인 협조로 그곳에 조립공장을 세웠다. 이러한 대구시의 벤처정책 부재 때문에 지난달 12일 국내 최대 창업투자회사 중 하나인 KTB 대구지사가철수해버렸다. 대구가 벤처캐피털을 운영할만한 지역이 안된다고 판단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첨단·벤처산업은 경쟁이 치열한데다 시장이 시시각각 급변하는 만큼 정책결정이 신속해야 하고 다른 분야 보다 전문가 및 벤처 기업가들의 의견을 존중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대구시는 과거 다른 전통산업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형식적인 전문가 모임만 구성하고 있을 뿐이다. 게다가 전문성이 떨어지고 시장 움직임에 둔감한 공무원들이여전히 관료적인 잣대로 정책을 결정하는데다 시의회와 지역 지도층 인사 역시 첨단·벤처산업에 대해 관심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석민기자 sukmi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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