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첨단-벤처 새전략 짜자(2)

◈우수인재 수용 환경조성 절실

지난해 5월 경북대 창업보육센터에서 창업한 게임 개발업체 (주)KOG는 전체 직원이 11명에 불과한 벤처기업이다. 그러나 KOG 직원들의면면은 화려하다. 대표 이종원(38)씨는 미국 일리노이 공대에서 석사를 마치고, 조지 워싱턴대에서 '물리엔진' 분야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물리엔진'은 최근 정립된 신분야여서 세계적으로도 전문가가 많지 않다. 다른 직원들도 박사과정 수료 2명, 석사 1명을 비롯, 모두 컴퓨터공학 및 전산분야를 전공한 엘리트다. 만일 (주)KOG를 창업하지 않았다면 대구를 떠나 서울 등 수도권에서 일하고 있을 인재들이다.

여기서 첨단.벤처산업을 육성해야 하는 이유가 드러난다. 지역사회와 경제가 발전하려면 우수한 인재들이 지역에서 모여 일해야 한다. 우수한 인재들을 모으려면 살기좋은 환경과 문화시설 등이 필요하다. 이와 함께 훌륭한 인재들이 꿈을 펼칠 일자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대구의 특화산업인 섬유, 건설, 기계 등은 저부가가치 산업으로 대부분 임금 수준도 열악하다. 그동안 지역 출신은 물론 지역대학의 인재들조차 졸업과 동시에 고향을 등질 수밖에 없었던 이유도 이들을 수용할만한 '일 터'가 없었기 때문이다.비록 3~4년의 짧은 기간이나 '벤처창업 열기'는 우수 인재 지역유치에 적잖게 기여했다. 정부 통계에 따르면 공식적인 대구와 경북지역 벤처기업수는 각각 300여개 및 220여개 수준이다. 그러나 창업 초기단계의 신생 벤처까지 포함할 경우 지역 전체 벤처업체 수는 800여개에 이를 것으로 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직원 5명 안팎의 소규모 벤처부터 50여명이 넘는 대형 벤처까지 다양하다. 업체당 평균 10명씩으로 어림잡아도 8천여명의벤처 인력이 지역에서 젊음을 불태우고 있는 셈이다.

물론 창업했다가 시장에서 사라진 벤처기업도 많다. 하지만 지식집약적인 첨단.벤처산업의 특성상 기업은 망해도 그 곳에서 일한 두뇌들이개발한 지식.기술은 그대로 남는다. 이들은 곧 다른 벤처기업에서 보다 높은 수준의 기술개발 활동을 시작한다. 전통산업과 지식산업의 가장 큰차이점이다.

박녹 (주)TINC 대표는 "국내 IT관련 우수 인재의 50% 이상이 지역출신"이라며 "대구가 산업구조를 개편해 이들에게 일자리만 제공한다면대구의 미래는 결코 어둡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종현 대구테크노파크 단장(경북대 교수)도 "침체일로에 있는 대구경제가 도약하려면 첨단고부가가치 산업을 지역 대표산업으로 육성해야 한다"면서 "공단형 기업이 아니라 금융, 문화, IT, 연구.개발, 첨단부품 소재 및 장비 등 지식.기술집약적인 도시형 기업을 집중 유치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첨단.벤처산업 등 신산업은 장기 불황기인 요즘에도 불경기를 모른다. 성서첨단산업단지 입주 벤처인 (주)컴텍스와 (주)유니빅은 지난해 각각 63억원, 78억원이었던 매출을 올해 150억원 수준으로 높였다. 다른 입주업체들도 불황 속에서도 탄탄한 성장을 계속하고 있다. 대구소프트웨어지원센터와 대구테크노파크, 경북테크노파크 입주업체들의 전체 매출규모도 지난해 보다 2.5~5배 증가했다. 특히 맥산시스템, 써니빌, IC코리아, 유니빅, 컴텍스, 애디슨, 애니넷 등 선두 그룹을 형성하고 있는 10여개 지역 벤처는 내년에 코스닥 등록을 추진할 정도다.

벤처 전문가들은 "첨단.벤처기업 역시 상당수가 불황으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불황일수록 값싸고 품질좋은 첨단제품을 더 찾는 만큼, 전통산업 보다 훨씬 경쟁력이 있다"고 주장했다.

첨단.벤처산업은 우수인재 유치, 지역대졸자 취업난 해결, 지역경제 회생의 돌파구다. 따라서 대구시는 첨단산업에 대한 구체적 비전과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또 지역대학과 중기청을 비롯한 첨단산업 지원기관, 경제계 등과 협력관계를 구축해야 한다. 그러나 대구시는 '산-학-관'협력을 지원하는 전담 부서조차 두고 있지 않다. 게다가 권위적 행정으로 유관기관과 갈등만 일으키고 있다는 게 지역 벤처업계의 중론이다.

석민기자 sukmi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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