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사 걱정에 밤잠 설쳐 '재건축' 황금아파트 세입자

내년부터 재건축에 들어가는 대구시 수성구 황금아파트의 15평형에 전세를 살고 있는 주부 이모(40)씨는 올 겨울 이사할 일이 막막하다. 곧 집을 비워줘야 하는 그녀는 지금의 전세금 2천만원을 쥐고는 갈 곳이 없기 때문이다. 재건축조합은 내년 1~ 7월을 퇴거기간으로 잡고 있지만 '본격적인 이사철이 닥치기 전에 집을 옮겨야 한다는 조바심'으로 밤잠을 이룰 수 없다는 것이다.

이달 중순 대구시가 황금아파트의 재건축을 승인한 이후 주민 대다수가 이주 걱정에 한숨을 몰아쉬고 있다.

특히 전체 3830가구 중 70~80%를 차지하는 전세 입주민들은 현재 1천500만~2천만원의 전세금으로는 다른 전세집을 구하기도 힘들고, '계약기간이라도 재건축시는 집을 비우겠다'고 약속한 세입자들은 이사비용조차 받을 수 없는 형편이다.

인근 공인중개사들에 따르면 수성구내 15평 이하 전세 아파트는 동이 난 상황이며, 가끔 나오는 17~19평형 전세는 4천만원선에 달해 대부분의 황금아파트 세입자들에게는 그림의 떡이란 것.

ㅅ공인중개사 이모(37)씨는 "이주가 본격 시작되면 2천500만원 정도의 일반주택도 전세대란에 휩쓸리고, 전세가격도 치솟을 것"이라고 말했다.

1천500만원 전세(13평형)에 살고 있는 주부 박모(34)씨는 "집주인이 이사비용을 보태주면 사정이 좀 낫겠지만 전세 계약상 아무런 요구도 할 수 없다"며 "엄동설한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모르겠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더욱이 전체가구의 10%에 달하는 노인 세입자들은 더 암담해 하고 있다.

박모(67·여)씨는 "4년째 이곳에서 살고 있는데 모아 둔 돈도 없이 어디로 가야할지 모르겠다"며 "아파트에 혼자 사는 노인들은 속사정이 비슷하다"고 안타까워했다.

황금아파트 재건축조합 관계자는 "서민들의 딱한 사정은 이해하지만 한달만 이주가 늦어져도 몇십억씩 손해가 발생한다"며 "대구시와 구청에서 대책을 세우지 않는 한 현재로선 해결책이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상준기자 all4you@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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