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집단시위

대구시청 주차장 마당에는 사흘이 멀다하고 시위가 벌어진다. 10여명으로 이뤄진 소수 정예의 피켓 시위대부터 수백명이 넘는 대규모 시위대까지 온갖 사연을 가지고 이 곳을 찾는다. 요구 사항을 담은 피켓이나 현수막을 들고 두어 시간 시청 앞 인도에 서 있다가 철수하는 점잖은 시위도 가끔은 있지만 대부분은 꽹과리와 북을 두들기면서 확성기 음향도 최대로 올려 위력을 과시한다. 뽕짝에 상소리까지 여과 없이 흘러나오는 통에 하도 시끄러워 회의나 업무가 마비되기도 한다. 심지어 노이로제 증상을 호소하는 근무자가 나올 지경이다.

하나하나 사연을 들어보면 시위하는 심정도 충분히 이해가 간다. 대개는 이런 저런 이유로 자신이 피해자가 되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의 입장에서는 최대한 요란을 떨어서라도 시장이나 공무원의 이목을 끌어야 할 것이다. 여기 저기 진정도 해보았지만 소용이 없었을 게다. 그게 통했다면 여기까지 올 필요도 없었을 테니까. 오죽하면 저럴까 싶다.

하지만 집단시위 말고는 다른 방법은 없을까? 집단시위는 모두에게 괴로운 일이다. 차로를 점령한 경찰버스의 대열, 더 비좁아지는 주차장, 날카롭고 짜증스런 소음으로 아무상관없는 사람까지 고통을 겪어야 한다. 말로 하면 안될까? 굳이 수백 수천 시위대의 우격다짐이 없더라도 소수의 목소리라도 관심을 쏟아준다면, 요란한 확성기의 구호 이전에 한 장의항의 편지를 더 비중 있게 다룬다면, 그래도 꼭 집단 시위를 하려 할까?

시위 방법도 이제는 좀 더 다양해질 필요가 있겠다. 요즘 시위는 윽박만 지른다고 되는 게 아니다. 여론을 내 편으로 만드는 게 우선이다. 그러자면 다른 사람을 고통스럽게해서는 될 일이 아니다. 오히려 즐기게 해 주어야 한다. 시위도 문화행사처럼 해보자. 퍼포먼스와 시 낭송이 있는 시위, 웃음이 묻어나는 시위가 더 큰 힘이 있을 수도 있다.

다수의 우격다짐보다는 합리적인 소수의 말발이 더 먹히고, 선동적인 구호보다는 차분한 설득이 힘을 얻는 사회. 그런 사회가 건강한 사회다.

하종호(대구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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