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오전 7시쯤 대구시 봉덕동 남구청 네거리 부근. 차도를 질주하던 오토바이 한대가 신호등이 빨간불로 바뀌자 갑자기 중앙선을 가로질러 반대편 인도로 뛰어 올랐다. 반대 방향 승용차가 놀라 경적을 울려댔고, 인도를 걷던 4, 5명의 여학생들이 혼비백산했지만 오토바이는 인도를 휘저으며 사라졌다.
같은 날 오후 1시쯤 수성구 황금네거리. 정지신호를 무시한 오토바이 3대가 멈춰선 승용차 사이를 헤집으며 횡단보도로 내달렸다. 각기 피자, 철가방, 박스를 실은 오토바이였다. 깜짝 놀란 박모(63.여)씨는 "경적을 울려대며 뒤에서 달려오는 오토바이 때문에 횡단보도 건너기가 늘 두렵다"고 했다.
최근 급격히 늘고 있는 오토바이들이 인도와 횡단보도를 무단 질주하며 보행자를 위협하는 '무법운전'이 도를 넘었고, 고삐풀린 난폭운행 때문에 교통사고 또한 급증하고 있다.
대구시에 따르면 올 10월 현재 오토바이 등록대수는 10만8천372대로 최근 2년새(99년 9만8천458대, 지난해 10만2천493대) 1만여대가 늘었으며, 미등록 대상인 50cc이하까지 합치면 대구시내 전체 오토바이는 훨씬 더 증가했다는 것이다.
이처럼 불어난 오토바이들은 대구시내 교통정체 현상이 심해지면서 특히 각종 배달업 종사자들이 불법·난폭 운행을 예사로 저지르고 있다는 게 경찰의 분석이다.
수성구 범어동에서 북구 산격동에 있는 회사까지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성모(29)씨는 "가스통을 대충 묶은채 거리를 질주하는 오토바이를 보면 섬뜩한 기분이 든다"며 "어쩌다 스치기라도 하면 되레 오토바이 운전자가 큰소리까지 친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시민들이 다치는 사고가 급증하고 있다.
대구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10월말까지 발생한 오토바이 교통사고는 1천75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794건)보다 35.4% 늘었으며, 사상자 역시 지난해 855명에서 올해는 1천225명으로 42.3%가 증가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오토바이 교통사고는 자동차에 비해 인명피해가 크기 때문에 인도나 횡단보도 통행시 4만원의 벌금을 물리고 있지만 부쩍 늘어난 오토바이들의 난폭운행을 일일이 단속잡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대구녹색소비자연대 정현수 국장은 "교통체증 심화와 함께 퀵서비스를 비롯해 각종 배달업이 늘면서 오토바이가 급증했지만 인도나 횡단보도 운행이 불법인줄 모를 정도로 운전자들의 기본소양은 뒷걸음질치고 있다. 경찰은 면허의 벌점제를 적극 활용해 거리의 난폭꾼들을 추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상준기자 all4you@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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