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월드컵 기간 중 대구 아트페어 추진

대구지역 미술인들이 내년 6월 월드컵 기간중 대규모 아트페어(미술견본시장)를 계획하고 있어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이번 아트페어는 침체기에 있는 대구 미술의 위상을 끌어 올리고 지역의 문화력을 과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전 미술인들이 총력을 기울어야 할 행사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시작 단계부터 화랑대표 간의 불협화음, 추진방향을 둘러싼 논란이 일고 있는 등 풀어갈 난제들이 산적해 있다.

▲대구아트페어란?=대구지역 화랑대표, 미술인 10여명은 27일 예술마당 솔에서 첫 운영위원회 회의를 열고, 정재명(예술마당 솔 대표)봉산문화협회장을 위원장으로 선출했다.

아트페어를 기획.제안한 정재명씨는 "대구시로부터 2억원을 지원받아 전국 및 지역의 화랑이 대거 참여하는 아트페어를 중심으로, 석재 서병오 특별전, 봉산문화거리의 도자기 축제 등 다양한 행사를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운영위원회는 빠른 시일내에 지역 미술인과 전국의 아트페어 담당자들이 참가한 가운데 공청회를 열어 세부적인 계획을 마련하기로 했다.

아트페어가 개최될 경우, 내년 6월 같은 기간에 대구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리는 '제3회 청년비엔날레'와 함께 유례없는 대규모 미술축제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무엇이 문제인가=운영위의 계획대로라면 월드컵의 부대행사(?)로 열리는 일회성 행사가 될 가능성이 높은데다, 대구시의 까다로운 요구에 맞춰야 하는 관변행사 성격이 짙다.

또 서울과 부산에서 열리고 있는 아트페어가 갈수록 호응도가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상업적인 배려와 정확한 개념을 갖지 않고선 성공할 가능성이 없다는 지적이다. 심지어 일부에서는 추진주체와 방향 등을 들어 "고급 미술축제가 아니라, 또다른 봉산문화축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비판을 하고 있다.

무엇보다 전국에서 지명도가 높은 맥향화랑, 시공갤러리 등이 불참의사를 내비치고 있는데다 신라갤러리 등 일부 화랑도 '유보' 입장을 밝히고 있는 것도 행사 추진의 큰 걸림돌이다.

▲제대로 되려면=미술계 관계자들은 이번 행사야말로 '모든 미술인들이 단합할 계기'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시작 단계부터 불거지는 각종 문제점들은 구상과 비구상, 봉산동과 비(非)봉산동, 뿌리깊은 편가르기 의식 등 지역 미술계의 고질적인 병폐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는 얘기다. 한 중견작가는 "부산과 광주 미술인들은 함께 큰 행사를 치러가면서 대구 미술을 위협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했다"면서 "자금을 확보하고 기획을 한 쪽이나 봉산동 화랑과 현재 추진위를 거부하는 쪽, 둘다 마음을 비우고 새로 시작하는게 옳다"고 말했다.

결국 내년 아트페어가 수준높은 미술축제가 될 지, 전례없이 난잡한 행사가 될 지는 미술인들의 단합 여부에 달려 있는 것 같다.

박병선기자 l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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