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제시문은 우리 사회에 만연한 부정부패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불신에 기초한 제도'를 만들 것을 주장하고 있다. 이를 읽고 난 후 첫째, 이 글에 나타난 주장이 기초하고 있는논리적 근거를 제시하고, 둘째, 이 주장의 타당성과 문제점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논술하라.
우리 사회가 만성적인 부패와 불신의 구조를 껴안고 신음하는 사회임을 모르는 사람은 없으나, 누구도 자기 자신이 그 부패와 불신의 한 부분임을 인정하지는 않는다는 지적도많다. 가톨릭 교회에서 '내 탓이오' 운동을 전개한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현재 우리 사회의 병리 구조는 그보다 한 단계 더 나아가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되기도 한다. 이제는'그래서 어쩌란 말인가'라는 식의 도덕적 자포자기의 상황에까지 다다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여겨지는 것이다. 우리 국민이 도덕적으로나 개인 윤리적으로 아직 덜 성숙해서 그렇다고볼 것인가?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오히려 우리 사회는 그나마 개인적, 공동체적 도덕과 윤리에 의해 이 정도라도 지탱되는 사회라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문제는 다른 곳에 있다. 오늘날 우리가 겪고 있는 문제는 개인적 도덕이나 윤리의 문제로 더 이상 환원할 수는 없는 집단적.사회적 도덕과 윤리의 파괴에서 기인한다. 일찍이라인홀트 니버는 '도덕적 인간과 비도덕적 사회'의 역리를 지적한 바 있지만, 이 역리를 교정하는 데에 별다른 방법이 있을 수 없다. 그것은 철저하게 '불신에 기초한 제도'를 만들어나가는 것이다.
최고 권력자의 선의를 믿을 수 없기 때문에 그것을 통제할 여러 장치를 제도화하는 것, 정치인들을 신뢰할 수 없기 때문에 단 한푼의 검은 돈으로도 감옥에 갈 수 있음을경고하는 정치 자금 규제법을 만드는 것, 정부와 공직자들을 믿을 수 없기 때문에 그들에게 위임된 권한에 상응하는 감독과 책임 규명, 처벌의 장치를 만들어 나가는 것, 기업의도덕성을 신뢰할 수 없기 때문에 그들이 거두어 가는 이윤에 상응하는 규제와 감시의 틀을 강화하는 것, 군대와 경찰, 정보 기구의 공복 의식을 믿을 수 없기 때문에 그들이장악하는 '폭력'의 행사 범위와 한계를 철저하게 규율하는 것, 학교와 교사를 신뢰할 수 없기 때문에 그들이 '스승의 권위'의 이면에서 벌일 수 있는 비리를 봉쇄할 제도를 만들어 나가는 것, 이런 것들이 곧 '불신의 제도화' 내용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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