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동양대학교-IT특성화 디지털 선비 양성

중앙고속도로 풍기 톨게이트를 내려서자 멀리 죽령이 눈에 들어왔다. 경상도로 발을 뻗친 백두대간이 다시 한번 기세를 드러내며 용트림을 시작하는 곳. 그 옆 나즈막한 산기슭에동양대가 자리잡고 있었다.

입구에 내 걸린 근처 하숙집 광고 플래카드가 먼저 눈에 띄었다. '초고속 인터넷 ADSL 완비'. 요즘 하숙집은 별걸 다 광고하는구나 싶었지만, 1995년 국내 최초로 '컴퓨터분야 특성화'를 내세웠던 이 대학 최성해 총장을 만난 뒤 의아심은 금방 해결됐다.

"재학생 1명당 1대꼴로 컴퓨터가 보급돼 있습니다. 엄밀히 말하면 1.2명당 1대죠. 우리 대학은 '동양의 MIT'를 겨냥하고 있습니다. 당연한 투자 아닐까요? 특히 인터넷 기숙사는 우리 대학의 자랑이자 특성화 모델입니다. 방마다 LAN이 깔려 학생들은 24시간 세계의 고급 정보를 접할 수 있습니다".

최 총장의 이런 자랑은 부풀려진 것이 아니었다. 1998년 교육인적자원부 지정 '가상대학 프로그램 실험대학'에 선정돼 첨단 위성강의실을 설치하고 위성강좌를 개설 중이며,작년에는 한국사이버대학의 거점대학으로 지정됐다. 또 정보통신부 지정 'IT 관련학과 시설장비 지원사업' 대상학교로 선정돼 2년간 10억원을 지원받는다고 했다. 현재 IT 관련학과 비중은 전체의 50%. 2004년까지 메카트로닉스공학, 인터넷산업공학 등 IT관련 인력 2천200명을 양성할 계획도 갖고 있다.

학생들에게 아이스크림을 사주는 총장, 학생식당에서 식사하는 총장, 사무실을 찾아다니며 결제받는 총장…. 최 총장을 따라다니는 말들이라고 했다. 권위의 벽을 무너뜨리며스스로 낮추는 총장을 처음 대하면서 교직원이나 학생들이 당황했다는 얘기도 들렸다.

"총장이 그러면 안된다며 만류하는 교직원도 있었고, 아이스크림을 건네받고 어쩔줄 몰라하는 학생들도 많았죠. 눈을 흘겨뜨던 사람들도 차츰 제 마음을 이해하더군요. 제가 11년간 미국에서 공부하며 배운 것 중 하나입니다. 첨단기술 교육과 전통적인 인성교육의 조화야 말로 우리 대학의 지향점이죠. 덕분에 우리 졸업생들을 채용한 기업에서예외없이 듣는 칭찬이 요즘 학생답지 않게 예의가 바르다는 것입니다".동양대를 상징하는 캐릭터가 바로 '디지털 선비'. 갓쓰고 도포 입은 귀여운 캐릭터가 한 손에 들고 있는 것은 노트북이다. 유교문화에 바탕 둔 인성과 정보화시대를 이끌어 갈지식을 고루 갖춘 인재를 나타낸다. 이를 위한 '선비21 프로젝트' 덕분에 작년에 이어 올해도 교육개혁추진 최우수대학으로 선정돼 약 13억원의 재정지원을 받았다.

1990년대 초 최현우 이사장이 풍기에 대학을 설립한 이유도 소수서원의 학풍인 선비정신을 계승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캠퍼스 입구부터 선비의 절개를 상징하는 '학자수'(소나무)가 즐비하게 늘어선 것도 그 때문. 동양대 학생들은 졸업 필수과목으로 '사회봉사와 예절'이라는 인성교육 강좌를 반드시 수강해야 한다. 또 기준점인 70점에 미달되면 졸업을 할 수 없다.한시간 넘게 캠퍼스를 둘러보다 가장 놀란 점은 버려진 담배꽁초 하나 찾아볼 수 없을 만큼 깨끗하다는 것이었다.

김수용기자 ks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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