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헌재, 재외동포법 헌법불합치 결정

헌법재판소가 '재외동포법'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것은 이 법이 대한민국 정부수립 이전에 해외로 이주한 동포들을 법적으로 차별하고 있음을 인정한것을 의미한다.

재미, 재유럽 동포들과 비교했을때 일제시대 독립운동을 위해 만주로 건너가거나 강제징용과 수탈을 피해 이주한 동포들이야말로 정부의 각종 혜택을 입어야 마땅한데도 재외동포법이 오히려 이들을 혜택의 대상에서 제외한 것은 부당하다는 것이다.

재판부가 결정문에서 "정부수립 이전에 이주한 동포나 이후에 이주한 동포는 모두 외국국적을 취득한 우리 동포라는 점에서 같은데, 이주 시기에 따라 재외동포의 범주를 달리한 것은 헌법정신에 위배된다"고 밝힌 것은 이런 맥락이다.

실제 전체 재외동포 560만명중 1948년 정부수립 이전에 중국이나 구소련 지역으로 이주한 동포는 약 250만명으로 추산돼 전체의 절반이 법의 혜택에서 소외돼 왔으며, 이 때문에 재외동포법이 아니라 '동포차별법'이 아니냐는 비판을 받아왔던 것도 사실이다.

헌재는 재외동포법이 가진 이런 차별적 요소를 제거하지 않는다면 위헌시비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나아가 중국이나 구소련 동포들의 소외감도 해결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반대로 합헌 의견이 제시한 논리는 크게 두가지로 요약된다.

자국내 소수민족문제에 민감한 중국과 러시아가 우리나라의 '재외동포법'에 대해 반대의견을 가지고 있어 외교적 마찰의 우려가 있다는 것과, 이들 지역의 동포들이 취업을 위해 대거 국내로 입국할 경우 혼란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

이는 당초 정부가 중국과 구소련 등의 동포를 법률 적용대상에서 제외한 이유이기도 한데 현재 국내에 체류중인 2만6천여명의 재중동포가 대부분 불법 체류자임을 고려할 때 현실적으로 이들을 제외할 수밖에 없지 않았느냐는 것.

이와관련, 소수의견을 낸 재판관은 "재외동포법과 같이 혜택을 부여하는 법률은 모든 것을 한꺼번에 만족시키기보다 한 걸음씩 점진적으로 현실을 개선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입법과정에서 외교적 마찰을 고려하는 것도 부당하다고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헌재의 다수의견은 "국내 사회 경제적인 이유나 외교마찰 등을 우려하지만 정부수립 이전에 이주한 이들을 재외동포법 적용대상에 포함시키는 것이 어느 정도의 영향을 가져올 것인지에 대해선 엄밀한 검증을 거친 것이라 볼 수 없다"고 일축했다.

헌법소원을 낸 조모씨 등의 변호인인 이석연(전 경실련 사무총장) 변호사는 "이번 헌재 결정은 법률이 가진 위헌 요소를 제거하는 것에서 나아가 현 정부의 외교정책과 재외동포 정책 전반에 대한 재검토의 계기가 될 것"이라며 환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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