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사과와 위로로 끝날 일인가

빚지면 살림맡은 사람부터 책임을 져야한다. 뒤늦게 공적자금의 관리와 회수 강화를 위해 수선을 떨고있는 정부의 모습을 보고있는 국민은 허망하기 짝이 없다. 그동안 무얼 믿고 국민의 혈세를 맡겼는지 한탄스러울 뿐이다. 도대체 정부는 무얼했단 말인가.

정부 차원의 공적자금 유관기관 협의회가 다음 주 구성되고 검찰이 공적자금 특별수사본부를 설치, 부실 기업주와 금융기관 임직원의 각종 비리행위에 대해 무기한 특별단속에 들어갔다는 소식도 크게 가슴에 와 닿지 않는다. 나랏 돈으로 제 뱃속을 채운 사람은 일벌백계(一罰百戒)로 다스려야 함은 두말할 나위없다. 그렇다고 자금관리를 잘못한 정치적 책임이 면책될 수는 없을 것이다.

97년 외환위기가 아무리 다급한 상황이라 하더라도 공적자금 특별법 위반행위에 대한 처벌규정조차 마련하지 않고 천문학적 규모의 자금을 집행했다는 것은 원초적 비리의 씨앗을 뿌린 것이 아니고 무엇인가. 그러니 공적자금 관리위원회는 간판만 내 걸어놓고 있고 재산을 추적해야 할 예금보험공사는 감사원이 7조1천억원의 은닉재산을 발표할 때까지 거의 손을 놓고 있었다. 채권회수가 주 임무인 자산관리공사조차 자금을 빼돌려 주머니에 넣기 바빴으니 정부는 자금을 관리한 것인지 부실을 부채질한 것인지 가늠할 수가 없다. 그런데도 재정경제부 장관은 이번 감사 결과 감사원으로부터 4건의 주의와 8건의 통보를 받는데 그쳤다. 진념 장관은 "국민의 분노에 사과와 위로의 말을 드린다"고 수사를 늘어놓았다.

민간 경제연구소에서는 최악의 경우 공적자금 150조원 중에서 90조원이 회수 불가능하고, 이자비용까지 합치면 모두 140조원 정도의 손실이 예상된다고 추정하고 있다. 두고두고 한국 경제의 앞날에 발목을 잡을 공적자금을 떡고물 만지듯 했는데도 주의 통보로 끝내는 것은 도저히 용납되지 않는다. 재산을 빼돌린 파렴치한의 형사적 처벌과 함께 이를 방관한 정치적 책임 추궁도 반드시 뒤따라야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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