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여성가장 일자리 찾기

초등학교 5학년.4학년 아이 둘을 홀로 키우고 있는 여성가장 박은희(44)씨는 가사도우미 일로 생계를 꾸려나간다. 하루 4시간에 1만8천원을 받지만 자신에겐 더없이 소중한 일임을 실감하고 있다. 5년전 남편과 사별한 이후 조건에 맞는 일을 찾으러 부지런히 다녔지만 허사. 대구 안심복지관.월성복지관에서 고용촉진훈련을 받기도 했고 일반학원에서 요리도 배웠다. 한식.양식.중식조리사와 봉제 자격증까지 땄지만 취업에 별 도움을 받지 못했다. 아직은 어린 아이들을 돌보기위해 출퇴근시간이 일정한 직업을 구하기가 어려웠던 것.

박씨같은 여성가장들에게 취업은 하늘의 별따기다. 그나마 가사도우미, 간병인 등 단순직이거나 이른바 3D업종이 대부분. 그보다도 더 견디기 힘든 것은 세상의 냉랭한 시선. 때론 여성가장이란 사실조차 숨겨야만 한다. 그래도 그들은 울지 않는다. 아니, 울 시간이 없다. 일거리를 찾아야 하고 아이들을 양육해야 하는 절박한 사정이 있기 때문이다.

"경제적으로 생활안정이 안돼 파생되는 문제가 큽니다. 저녁 늦게까지 일을 하기때문에 아이들 정서에까지 영향을 미치죠". 7일 '여성가장의 생활실태와 지원방안모색'에 관한 토론회를 여는 함께하는 주부모임(공동대표 우정애.오임숙)의 김명희 간사는 "힘든 일을 많이 해 건강이 좋지 않다는 것도 여성가장들의 특징"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런 어려운 현실 속에서도 인력개발센터의 여성가장 직업훈련이나 공공기관의 모자세대 기술훈련과정 등을 거쳐 창업이나 취업에 성공한 사례도 적지않다. 전문가들이나 취업 선배들도 한결같이 이들 훈련기관을 적극적으로 이용하면 구직에 적지않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한다.

고등학생 아들을 홀로 키우고 있는 서종옥(43)씨는 지난 8월 몇 년간 꿈꿔왔던 취업에 성공했다. 아이가 첫 돌 때 남편과 사별한 이후 구멍가게, 보험회사 근무, 부동산중개 등 다양한 직업을 거친 후였다. 수시로 친정으로부터 도움을 받던 서씨는 지난 5월 대구여성인력개발센터의 여성가장 훈련교육을 받았다. 3개월간 텔레마케터 교육을 거친 후 바로 텔레마케팅 전문업체인 '참소리'에 입사했다. 첫 월급이 75만원이었지만 일정한 시간에 출.퇴근(오전 9시30분∼오후 6시30분)을 할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다른 일에 비해 힘들지 않다는 것도 장점. 서씨는 현재 대구지역서는 아직 생소한 텔레마케팅 분야에서 전문가가 될 꿈에 부풀어 있다.

이화분(42.대구시 동구 신암5동)씨는 요즘 아침 출근길이 즐겁다. '이미지높이기 피부미용관리실'을 운영하는 어엿한 사장님이 됐기 때문이다. 지난 99년 '대구 일하는 여성의 집'(현재 대구여성인력개발센터)에서 여성가장을 대상으로 하는 피부미용전문가 훈련을 받을 때만 해도 사장이 된다는 건 생각지도 못했다. 그전부터 해오던 일이긴 했지만 6개월간 교육을 받은 후 전문가로 거듭나는 계기가 됐다. 집에서 단골들을 상대로 일해오다 지난 9월 대구 동구청옆 2층 미용실 안쪽을 보증금 100만원, 월세 20만원에 빌려 피부미용실을 열었다. 특히 지압과 경락을 중점적으로 배운 덕분에 단골이 점차 늘어 피곤함도 잊는다고 했다.

3년전 이혼한 캐나다 영주권자인 양미숙(41)씨는 내년에 캐나다 밴쿠버에서 피부미용관리실을 운영할 계획이다. 양씨는 그 꿈을 실현하기 위해 현재 대구여성인력개발센터에서 피부미용 훈련과정을 이수하고 있는 중이다. 양씨는 "목표가 있으면 지금의 어려움도 충분히 극복할 수 있는 것 아닐까요"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중학교 2학년인 딸이 두 살때 남편과 사별한 오지은(46.대구시 남구 봉덕동)씨는 빨리 자립해야 한다는 생각에 식당 일이든 뭐든 닥치는대로 일을 한 탓에 허리가 좋지 않다. 요즘도 하루 5시간 정도씩 가사도우미 일을 하지만 그나마 그 일을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다싶다. 오씨는 여성가장은 자기자신과 싸워 이겨야만 살아갈 수 있다고 잘라 말한다. 그렇게 열심히 사는 것 외엔 뚜렷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박운석기자 stoneax@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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