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문학 권력' 논쟁

비판의 본래 목적은 활발한 의사소통을 전제로 발전적인 합의를 이끌어내고, 바람직한 방향을 찾자는 데 있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 올바른 비판문화가 있는가 하는 회의를 떨쳐버릴 수가 없다. 서로 봐주는 '집단주의 문화' 분위기에서 자신이 놓여 있는 집단이나 그 성원에 대해 비판했다가는 '왕따'를 당하기 십상이다. 비판을 했을 경우 그 당사자는 더 강한 비판으로 맞섬으로써 갈등의 골만 깊어지는 경우가 허다하고, 편가르기를 조장하거나 서로에게 상처를 주기까지 한다.

▲올해 문단에서는 문학권력 논쟁이 끊임없이 이어지는가 하면, 시인 서정주에 대한 엇갈린 평가, 문학평론가 김윤식 교수 표절 파문, 언론 세무조사와 관련한 소설가 이문열 논쟁 등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특히 지난해 봄 문학평론가 권성우씨가 특정 문파, 문예지 동인그룹, 학맥 등을 '독점적 권력'이라고 문제 제기를 하면서 촉발된 문학권력 논쟁은 말꼬리 잡기와 인신공격으로까지 번지며 갈수록 가열되는 양상이다.

▲계간 '문학동네'는 여름호에 특집 '비평과 권력'을 마련, 문학평론가 장경렬 윤지관 남진우씨의 반론을 싣자 권성우씨는 계간 '황해문화' 가을호에 반론을 썼다. 남진우 류보선씨는 '문학동네' 이번 겨울호에, 남진우씨는 '황해문화' 겨울호에 다시 강준만 권성우씨를 비판하면서 '문학권력 비판은 최근 우리 사회에서 극성을 떨치고 있는 비난문화의 한 양태'이며, '고발이 비평을 압도하고 비난이 비평을 대신한다'고 주장하고 나섬으로써 그 불길은 더욱 게세질 전망이다.

▲이런 소용돌이 속에서 논쟁의 소설화도 한몫을 하고 있다. 얼마 전 '곡학아세(曲學阿世) 논쟁'을 소설화한 이문열씨의 단편 '술 단지와 잔을 끌어당기며'에 이어 최근에는 김윤식 교수의 일본 비평가 가라타니 고진의 저서 표절 파문을 정면으로 다룬 소설가 이환씨의 장편 '당신들의 감동은 위험하다'(새움)도 출간돼 떠들썩하다. 하지만 정상적인 경로에서 이탈해 논쟁을 위한 논쟁으로 엇나가거나 소모적인 측면도 없지 않아 유감스럽다.

▲미운 사람이나 특정 집단을 비하하면서 스트레스를 푸는 것도 비판의 한 기능일 수는 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비판을 위한 비판'이나 '비난을 위한 비난' 이상의 의미가 없으며, 갈등과 상처만 깊게 할 뿐이다. 이 논쟁에서 논객들은 '스스로 강준만 에피고넨이란 점을 광고한다'느니 '자기 무덤을 파는 자들의 동맹자 역할' '열등감의 소산' 이라는 등의 표현이 예사로 나오고 있지만, 논리나 이성을 벗어난 감정적 인신공격과 말꼬리 잡기 공세만은 자제돼야 하리라고 본다.

이태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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