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단체들이 '세수행정은 철저, 민원행정은 대충'의 두얼굴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비난이 높다.
각 지자체들은 과태료, 지방세 등의 체납시 차량번호판 떼가기, 월급압류, 회사통지 등의 무차별 방법을 동원하며 주민을 압박하고 있는 반면 민원행정에는 부서간 책임 떠넘기기, 각종 통지서의 부실 발송, 무성의한 행정서비스 등의 구태를 벗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구 동구청은 지난달 중순 신암동 도시계획도로 건설과 관련, 해당 토지주인 50여명에게 토지수용여부 의견서를 보내면서 현 주소지를 확인도 않고 토지대장상의 주소지로 발송, 주소지를 옮긴 6명은 통지서를 받지 못했다.
통지서를 못받은 조모(44.동구 신암동)씨는 "지방세나 각종 과태료 체납은 끝까지 주소를 추적해 부과하면서도 민원인들의 이해관계가 큰 토지편입 통지서 발송은 이렇게 소홀히 할 수 있느냐"며 "피해가 발생하면 누가 책임을 지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최근 과세증명서를 발급받기 위해 수성구 한 동사무소를 찾았던 김모(수성구 범어동)씨는 아직도 분을 삭이지 못하고 있다. 김씨는 "담당직원이 없어서 불가능하다"는 대답을 듣고 "담당직원이 없어도 발급받을 수 있지 않느냐"며 접수를 시켰지만 계속 다른 직원들에게 미루는 바람에 서류를 들고 이리저리 헤매다 끝내는 "전산 고장으로 발급할 수 없다"는 얘기를 들었다.
김모(39)씨는 최근 농지에 빌라를 짓기 위해 토지분할이전 신청을 하러 서구청을 방문했다가 담당부서인 지적과와 도시관리과에서 서로 다른 답변을 하는 바람에 아홉차례나 구청을 오가야 했다. 김씨는 "결국 해 주기로 했지만 한 구청에서 어느 부서는 토지분할이전 신청이 된다고 하고, 다른 부서는 안된다는 그런 모호한 행정 때문에 골탕을 먹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모(35.여)씨는 지난달 민원 때문에 동구청에 전화를 걸어 주말 근무시간을 물었지만 직원들이 대답은 않고 계속해서 전화를 다른 곳으로 돌려대는 바람에, 결국은 114 안내를 받아 담당계로 직접 전화를 걸었지만 울화통만 떠 안았다. 이씨는 "근무시간을 물었더니 여직원이 '5시요'라는 한마디만 하고 끊어 버렸다"고 분개하며, "민원 문의가 더 있는지 확인도 않고 어떻게 전화를 먼저 끊을 수 있느냐"며 말했다.
서문시장 한 상인은 인도의 오토바이 운행에 대한 단속이나 대책을 요청하는 글을 구청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렸지만 한달이 지나도록 아무런 답변이 없다고 했다.
시민들은 "민선이후 지자체마다 경쟁적으로 민원서비스에 최선을 다한다고 하지만 체감만족도는 여전히 후진적이다"며 "지자체가 체납자 독촉하듯 신경을 쓰면 민원행정은 금방 선진화할 것"고 말했다.
한편 현재 체납액이 1천516억원인 대구시는 각 구·군별로 특별반을 편성, △ 직장인 체납자 급여 압류 △ 금융재산 압류 및 추심 △ 매주 1회이상 체납차량번호판 일제 단속 △ 체납자 소유 동산 부동산 공매 △ 신용불량자 등록으로 금융거래 제한 등의 강경책을 쓰고 있다.
이에 따라 달서구청은 봉급압류 70건, 봉급압류 예고 통지 447건, 체납자 금융자산 압류 534건, 차량압류 6천6건 등의 조치를 취했으며, 동구청 역시 이같은 방법과 함께 핸드폰 문자메시지까지 이용해 체납자를 독촉하고 있다.
이호준기자hoper@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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