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공연리뷰-성냥파는 소녀

'그것은 가진자와 남성 우월주의, 자본주의 그늘에 대한 안은미식 질타였다'. 지난달 29일부터 지난 1일까지 대구문화예술회관 대극장에서 열린 대구시립무용단 제40회 정기공연작 '성냥파는 소녀'는 안은미 상임안무자의 독특한 색깔이 잘 녹아든 좋은 비평작이라는 평을 받았다.

화려한 자본주의의 이면에서 몸부림치는 성냥파는 소녀의 몸짓은 자본주의 굴레에 대한 하나의 저항으로 관객들에게 다가왔다. 남자들에게 폭행당하고 유린당하는 모습에는 남성 우월주의에 대한 비판이 녹아 있다. 또 구령에 맞춰 노동자가 인격체가 아니라 생산 현장의 부속품으로 전락된 노동현장, 자장면 한그릇에 노동을 파는 노동자의 모습에서 노동 소외를 고발한 찰리 채플린의 '모던 타임즈'를 연상케 했다.

성냥 공장 노동자인 성냥 파는 소녀에게 암울한 상황을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은 성냥 한개비로 피워내는 환한 불빛이었다. 환락적인 이미지와 어두운 이미지가 극명하게 교차된 이번 공연은 불우한 이웃, 소외된 노동자들에게 사랑의 손길인 성냥의 환한 불빛을 선사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우리 모두의 몫임을 메시지로 던져주었다.

연극적 요소가 강해 기존 현대무용에 비해 이해하기 쉽고 공연도중 관객들에게 선물을 주고 트위스트, 막춤 등 활기찬 무용으로 대중성을 확보한 것도 호평을 받았다.

그러나 좋은 공연에도 불구하고 하루 평균 관객이 600~700여명에 불과해 연말 연시 불우이웃을 돌아보는 계기를 제공하고 '호두까기 인형'처럼 대구의 송년을 대표하는 공연으로 만들겠다는 안무 의도가 한풀 꺾인 감이 있어 아쉬움을 남겼다. 이경달기자 sara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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