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다리다 지친 이혼재판 '그냥살자' 부쩍

김모(35)씨 부부는 최근 대구지법에 낸 재판이혼 소송을 취소하고 다시 함께 살기로 했다. 성격차이를 이유로 재판이혼을 신청했던 김씨 부부는 "수개월째 기약없는 재판날짜를 기다리며 서로 많은 대화를 나누다보니 부부의 정이 되살아나 이혼을 하지 않기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재판이혼 사건이 급증하면서 재판날짜에 '기다리다 지친' 소송당사자들이 이혼소송을 취소하고 부부관계로 되돌아가거나, 재판이혼 대신 협의이혼으로 전환하는 부부들이 늘고 있다.대구지방법원 가정지원의 경우 재판이혼 미제사건이 현재 2천여건에 이르는데다 하루 평균 10여건씩 재판이혼 신청이 들어와 사건 접수후 9개월을 기다려야 할 정도로 재판이 지연되고 있다. 이같은 '장기 재판 대기' 때문에 소송을 취소하는 사례가 급증, 한달 40~50건의 재판이혼 취소 대부분이 '재판을 기다리다 지쳐 이혼을 포기하는 것'이라는 게 가정지원 관계자의 얘기다. 또 재판이혼 지연에 따라 협의이혼으로 바꿔 갈라서는 부부들도 적지 않다. 박모(40)씨 부부의 경우 '재판이혼은 9개월 뒤 가능'이란 법원 관계자의 얘기를 듣고 이달초 소송을 취소하고 협의 이혼했다. 박씨는 "재판을 통해 위자료 문제를 매듭지으려 했지만 재판날짜가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서로 양보해 협의이혼했다"고 말했다.

가정지원 한 판사는 "한 판사가 1주일에 60건씩 재판 이혼을 다루고 있지만 인력부족에다 폭증하는 재판 이혼신청때문에 재판이 계속 미뤄지고 있다"며 "재판기간이 길어지다보니 재결합하게 만드는 긍정적인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모현철기자 mohc@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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