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조 추첨이 끝나기 무섭게 한국이 이번에는 과연 16강에 들 것인지를 놓고 너도 나도 한마디씩 한다. 축구의 전문가에서부터 세계적 축구 스타나 도박사, 국내 축구팬과 일반네티즌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한마디' 하는데 지지 않으려 한다. 덧붙여 공동 개최국 일본이 우리보다 조편성에서 유리하다는 이야기도 빠뜨리지 않는다.
축구황제 펠레는 한국의 16강 진출 가능성을 20%라고 했고 한국 축구 전문가들은 한국 축구의 16강 진출 가능성이 65%라고 훨씬 더 낙관적으로 내다보기도 한다. 그러나1%의 가능성이나 99%의 가능성이나 문제는 경기 이전에는 결국 '가능성'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99%의 가능성에서 실패했을 때의 참담함은 오히려 더 클지도 모른다. 그러나 기자의 짧은 경험으로도 어디에도 100% 담보는 없다. 더구나 '트로이 목마 효과'를 노리는 비전문가들의 특정 분야에 대한 예측은 현실과는 전혀 관계가 없을 수도 있다.
---지나친 기대 대표팀에 부담
어쨌든 월드컵이 진행되는 동안 성적이 나쁘다고 감독까지 바꿔가며 용을 써 온 한국 축구였다. 엄청난 노력끝에 대회를 유치하고 소위 톱시드까지 배정받은데다 홈 그라운드의 이점까지 볼 판이니 이번에야말로 1승을 실현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다. 그래서 국민적 기대는 어느때보다 더 큰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현실은 낙관적이지만은 않아 보인다. 히딩크 감독의 말처럼 32강에 올라온 팀 어느 하나 호락호락하지 않다. 우리가 만나지 않기를 고대해 온 일부 강팀들은물론, 우리가 한 조가 되기를 내심 기대했던 일부 국가들조차도 거꾸로 얼마나 한국과 만나기를 기다렸는지도 모른다. 9일 서귀포에서 평가전을 갖는 미국조차도 우리와 같은조에 편성된 것을 '대환영'한다고 현지 언론은 전하지 않았던가. 그만큼 한국은 세계 여러나라가 반갑게 맞이하는 약체 팀으로 분류돼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그래서 기자는 우리 대표팀에게 너무 부담을 갖지 말라고 충고해주고 싶다. 생각을 바꿔보자. 우승후보 브라질이나 전차군단 독일은 천신만고 끝에 월드컵 본선에 진출했다. 세계 축구팬들이 안타깝게 생각했듯 오렌지군단 네덜란드나 동구의 강호 체코, 처음으로 월드컵 무대에 진출한 한국에 0대9로 대패를 안겨줬던 헝가리 등은 아예 본선에 진출하지도 못했다. 우리가 지레 겁을 먹는 포르투갈만 하더라도 이번이 겨우 4번째 본선 진출이다. 우리는 6번째 본선 진출 아닌가. 한국 축구가 유럽 축구에 주눅들어 힘 한번 제대로 못 쓴다지만 그것들이 모두 월드컵 본선을 위한 훈련이고 연습이었다고 치부하고 싶다. 또 히딩크 감독 이후 유럽공포증을 이겨내기 위한 훈련을 집중해왔다. 그러면 이제 본선이 남아있다. 그 본선에서 이기면 된다. 2천200년전 항우와 유방이 벌여온 천하의 쟁패에서는 언제나 항우가 승리했다. 그러나 마지막 해하 싸움에서 항우는 대패하고 만다. 몇 번의 죽을 고비를 넘기고 오지 한중땅 파촉으로 쫓겨갔던 유방이지만 권토중래, 해하싸움에서 항우를 꺾고 한나라를 세운다. 99번의 싸움에서 지더라도 마지막 한 번의 싸움에서 이겨서 최후의 승자가 된 것이다.
---월드컵 여유있게 지켜보자
이와 함께 국민들에게는 이제 우리 축구를 그만 좀 놓아주라고 당부하고 싶다. 게임 하나 하나에 일희일비하면서 대표팀의 발목을 잡지 말라는 얘기다. 곧 있을미국과의 경기에서 지면 '월드컵 빨간 불'이라 여론이 들끓을 것이고 이기면 '청신호' 어쩌구 할 것 아닌가. 우리가 1승의 제물로 여기는 미국의 현지 언론은 "한국이 이겨야한다는 중압감에 짓눌리고 있다"고 지적하며 "홈에서 뛰는 팀은 승부에 대한 능력이상의 정신적 부담을 지게 돼 국민의 성원에 부응하려다 냉정함을 잃기가 쉽다"고 분석했다.우리 대표 선수나 코칭 스태프는 물론 국민 모두가 챙겨 들어야 할 경고가 아닐 수 없다.
또 있다. 축구가 전부는 아니다. 이번 월드컵의 강력한 우승후보 아르헨티나는 말할 것도 없고 4번씩이나 월드컵을 제패한 브라질을 비롯, 축구로 날이 새는 남미여러나라들이 우리로서는 그렇게 부러운 나라들이 아니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프리카의 신흥 축구 강국들도 우리가 모델로 삼을 만큼 국민들이 여유있는 삶을누린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것이 우리가 여유를 가지고 월드컵을 보아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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