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우값이 한 풀 꺾이고는 있지만 한때 500만원을 넘어 모처럼 축산농들이 즐거워하고 있다. 그러나 본지에서도 우려해 보도해 왔던 불안 조짐들도 함께 나타나고 있다. 한우사육 기반 붕괴, 수입육 시장 확대, 한우 브랜드육 생산 후퇴 등 문제가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쇠고기 수입 봇물 불보듯=한우값이 치솟자 소비시장에서 수입육의 한우 소비대체 현상이 두드러지면서 축산농가들 사이에서 수입개방에 따른 위기의식이 확산되고 있다.
최근 전국 한우 사육은 적정사육 두수 220만두를 크게 밑도는 148만5천여두로 수요에 비해 공급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이때문에 수입육 판매가 늘면서 소비 대체현상까지 빚어지고 있다.
한국육류유통수출입협회 자료에 따르면 수입쇠고기가 올 6월까지는 1만여t에 불과했으나 7월 이후 큰폭으로 증가, 9월에는 무려 2만2천여t이 수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수입쇠고기 수급조절 업무를 맡아왔던 축산물유통사업단(LPMO)이 올 연말 해체를 앞두고 있어 이후 대형 유통업체와 수입업체들이 물량확보전에 뛰어들면 수입쇠고기 범람 가능성마저 점쳐지고 있다.
업체들에 따르면 LPMO가 해체되면 내년부터는 수입쇠고기 수급 및 가격 주도권을 잡기위해 올해보다 2배 이상 수입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쇠고기 수요가 안정권에 접어들었고 동시 판매제 허용과 한우값 강세 행진 등으로 국내 수입 쇠고기 시장이 변화된 것 등이 그 이유다.
쇠고기 수입업체 관계자 김상호(37.ㅈ유통)씨는 "한우값 상승은 수입육 시장을 늘리는 계기를 마련해 줄 것"이라며 "수급조절이 안되는 상황에서 자금력과 유통망을 갖춘 수입업체들이 수입물량을 늘리고 가격 주도권을 잡기 위해 앞다퉈 뛰어들 것"이라 했다.
◇단계별 사육시스템의 붕괴= 140여두의 한우를 사육하면서 비육우 생산만을 해온 축산농 최용식(영양군 청기면)씨는 최근 송아지값이 평균 120만~140만원으로 작년보다 무려 50~70%정도 오르자 시름에 젖어있다.
최씨는 10여년 동안 송아지에서부터 비육우 생산까지 5단계 사육 시스템을 한번도 어긴 적이 없었다. 500㎏ 이상된 한우를 내다팔고 그 돈으로 송아지를 다시 구입, 톡톡히 재미를 본 터라 송아지값의 강세에도 이 시스템을 허물지 않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입식하고 있다.
또 다른 비육우 전문 축산농 김탁구(영양읍 동부리)씨. 김씨는 70여두의 한우를 사육하면서 그동안 송아지 입식을 통해 비육우를 생산해 왔으나 지금은 송아지 입식을 포기했다.
"이전엔 암소값이 떨어져 수소 거세를 통한 비육우만 생산했으나 송아지값이 턱없이 올라 어쩔 수 없이 암소를 어미소로 키우고 있다"며 "40여두의 암소를 키우고 있으며 내년 봄쯤 송아지를 출산할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그때 암소와 송아지 가격이 떨어지면 김씨는 엄청난 손해를 입을 수밖에 없지만 김씨 등 비육 전문 축산농들은 선택의 여지가 없다. 국내한우 시장의 어두운 뒷면인 것이다.
◇너도나도 비육우 생산으로=한우값 상승은 육량증대 위주의 한우 사육붐으로 이어져 수입육과의 차별을 위한 한우 고급육.브랜드육 생산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이같은 현상들은 곳곳에서 나타나 벌써부터 고급육 생산을 포기하고 단기 비육우 생산으로 급선회하는 축산농들이 늘고 있다.
경북도청은 작년부터 고급육 생산을 위해 경북대와 (주)에디슨이 공동으로 개발한'풍미증진용 특수사료 지원사업'을 추진해 왔으나 최근 지원대상 축산농들이 고급육 생산을 포기하고 있다.
영양군 입암면 박명술(초원식육식당 운영)씨는 도청의 지원으로 10여마리의 한우로 고급육을 생산해오다 최근 이 사료 사용을 중단했다. 박씨는 "풍미증진 사료를 먹여 고급육을 생산해도 지금은 일반육과 특별한 경쟁력이 없다"며 "고급육과 일반육의 차이에 대한 소비자들의 선호도 구분되지 않는다"고 했다.
영양한우 고급육 육성반(반장 김탁구) 37농가들도 지난 5월'영양 청(淸)한우'브랜드 상표를 출원하고 고급육 육성에 메달리고 있으나 최근 소값 강세로 소비자들이 찾지 않아 당분간 브랜드육 생산보다는 일반 비육우 생산쪽으로 방향을 잡았다.김탁구 반장은 "소비자들이 비싼 고급육보다는 일반육을 선호하는 추세이며 소값 강세로 시장 쇠고기 가격이 높아지자 축산농들도 덩달아 비육우쪽으로 선회하고 있다"며 "반짝하는 소값 강세때문에 장기적인 고급 한우 쇠고기 경쟁력이 사라질 위기"라 했다.
영양.엄재진기자 2000ji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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