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역 ㄱ대 인문계열 한 학과는 지난 98년부터 사은회를 열지 못하고 있다. 줄줄이 취업에 실패한 졸업생들이 사은회를 포기했기 때문. 이 학과 졸업예정자 29명 중 올해 취업에 성공한 학생은 4명 뿐이고, 최근 3~4년동안 취업한 학생은 매년 5명을 넘지 못하고 있다.
졸업생 박모(26.95학번)씨는 "취업에 실패한 학생들이 교수님을 뵙는 것을 민망하게 여기는데다 '백수' 처지에 비용을 마련하기도 힘들어 사은회를 갖지 않기로 했다"며 "이런 사정을 아는 교수님도 사은회에 대해선 별 말씀이 없다"고 말했다.
최악의 취업난 때문에 대학의 전통적인 졸업행사인 사은회 등이 아예 취소되거나 조촐하게 치러지는 등 대학가 졸업문화가 확연하게 달라지고 있다.
사은회와 함께 취업난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은 졸업여행과 졸업생환송회. 취업난으로 휴학생이 급증하면서 졸업여행, 졸업생환송회가 무산되기 일쑤다. ㄱ대 인문계열 한 학과 경우 무더기 휴학으로 졸업대상인 여자 98학번과 남자 95학번 50여명 중 정상적으로 졸업하는 학생이 7명에 불과한 실정. 97학번 이모(24.여)씨는 "졸업여행, 졸업생 환송회를 열고 싶었지만 학번이 너무 서로 차이가 나 학생들을 모을 수가 없었다"며 "도서관에도 나오지 않고 아예 잠적해버린 선.후배들도 많다"고 말했다.
ㅇ대 사회과학계열 한 학과도 사정은 마찬가지로 지난 98년부터 사은회와 졸업여행이 중단됐다. 최근 겨우 열린 졸업생환송회에는 졸업예정자 47명 중 겨우 10명만이 참석했다. 학생회장 정모(25.96학번)씨는 "졸업생을 축하해 주려던 자리가 재학생 종강파티가 되고 말았다"며 "취업에 실패한 선.후배들이 후배들 앞에 서기가 부끄러웠던 것 같다"고 말했다.
ㅎ대 사회과학계열 한 학과도 지난해부터 사은회와 환송회를 아예 없앴다. 졸업생들은 재학생 없이 따로 모여 식사만 같이 하고 있으며 백화점상품권, 꽃바구니, 과일 등의 선물로 사은회를 대신하고 있다.
지역대학의 한 교수는 "이맘때 쯤 학교 앞 식당에서 교수 흉내내기 등 졸업생들과 함께 한 사은회가 옛날얘기가 돼버렸다"며 "취업난이 사제간의 정을 나눌 수 있는 기회마저 빼앗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상준기자 all4you@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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