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정적인 사진을 벽에 가득 붙여놓고, 남녀의 벌거벗은 사진을 물감으로 덧칠하고...'
이를 본 관객중 "이게 미술인가"하는 이들이 꽤 있겠지만, 논쟁거리로 삼기에는 너무 낡은 주제가 아닐까.
서구 작가들이 포르노그라피(도색적인 영화.사진.소설의 총칭)를 작품소재로 삼은 것은 60년대부터다. 문화현상을 그대로 옮기는 '팝 아트'(Pop Art.현대미술의 한 경향)의 등장과 함께, 포르노는 작가들에게 현대인의 의식세계를 단적으로 표현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각광을 받아왔다.
국내에서는 90년대 들어 서울, 부산의 몇몇 작가들이 포르노를 이용한 작업을 해왔지만, 보수적인 대구에서 이같은 전시회가 열리기는 처음이다. 또 지역 미술전시장에 '만19세 미만 입장 불가'라는 푯말이 붙은 것도 초유의 일이다.
작가 최주영(33)씨는 16일까지 아문아트센터(053-255-1793)에서 '난몽(亂夢)'이라는 제목으로 첫번째 개인전을 열고, 인터넷 시대의 성문화를 신랄하게 풍자하고 있다.
4층 전시실의 오른쪽 방에는 2백여장의 여성 사진이 벽에 거꾸로 붙어있고, 그 반대편 벽에는 남녀의 적나라한 장면을 나타내는 작품이 여럿 걸려있다. 인터넷에서 뽑은 포르노 사진을 프린트해 특정 부분만 남겨놓고 물감으로 몇차례 덧칠한 작품과, 일본 포르노 만화에 물감을 입혀 현대인의 이중적인 성문화를 야유하는 작품들이다.
최씨는 "초.중학교 시절부터 몰래 숨겨 봤던 포르노를 공개적으로 끄집어내, 상품화된 성(性)과 현대인을 풍자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영남대 서양화과 1학년때부터 포르노 잡지 등을 이용, 작업을 해온 그는 지난 1년여간 인터넷에서 2만장의 포르노 사진을 구해 작업에 사용해 왔다. 그는 당초 49점의 작품을 전시하려다 화랑측의 검열(?)에 걸려, 그 정도가 약한 20여점만 내걸게 됐다고. 남녀 성기와 그룹섹스 등의 장면이 적나라하게 등장하지만, 전체적으로 선정적이거나 추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이번 전시회는 예술적 가치를 따지기 보다는, 다양성과 파격이 부족한 지역 미술계에 그 폭과 여유를 넓혀주는 자그마한 계기가 될 것 같다.
박병선기자 l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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