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에다 불 지를 사람 우선, 초대합니다/ 가슴이 와인빛깔로 타오르는 사람/ 가을 억새풀처럼 가슴 속으로 울어본 사람/ 빈 손 흔들며 기적소리와 이별한 사람/.../ 산머루처럼 혼자 앓다 툭툭 터진 사람아/ 아무러면 어떻소 세월만 가구려 하는자/ 지난 겨울부터/ 추위와 헌 책이 함께 살고 있는 집/ 찾아 오신다면/ 이 집의 주인인 어둠이 맨발로 달려나가리다/…'.
'찾아가는 문학의 향연'이란 주제로 지난 5일 경산에서 열린 대구문학아카데미(회장 정숙)의 제1회 문학강연 및 시낭송대회가 저물어가는 한해의 노을빛을 곱게 물들였다.
지역민들과 시의 향기를 함께 누리자는 목적으로, 특히 수능시험이 끝난 고3 여고생들을 배려해 경산여고 강당에서 개최된 이번 행사에서는 500여명의 학생과 일반 주민들이 참여한 가운데 성황을 이루었다.
계간 '시와 시학'의 주간인 경희대 김재홍 교수(국문과)는 이날 학생들에게 한편의 시 낭송을 권하면서 "시는 외롭고 높고 쓸쓸한 사람들이 쓰는 글이요, 자아를 찾기 위해 쓰는 것"이라며 한용운과 윤동주의 시들을 직접 예로 들었다.
'디지털 시대와 생태시학'이란 주제로 강연한 고려대 최동호 교수(국문과)는 "문명의 발달과 더불어 사회가 각박해질 수록 좀더 자연과 가까운 시적 이미지와 인간적인 내면의 세계에 충실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현대북스 대표인 정호승 시인은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란 시낭송을 했다. '나는 그늘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그늘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펼쳐진 정숙 시인의 신처용가 시극도 눈길을 끌었다. 시극은 향가인 처용가를 패러디하여 현대 부부의 삶의 모습을 경상도 방언으로 풍자한 해학적인 작품이었다.
한편 이날 문학행사 후 가진 제1회 대구문학아카데미 백일장에서는 장원에 홍영숙(외출).차상에 최효순(만남).차하에 이수림(종이비행기)씨가 차지했으며, 박선주 배영희 민복희 여명기 정경자씨 등이 입선, 6일 12시 효성병원 교육실에서 시상식을 가졌다. 조향래기자 swordj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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