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을 떼 줘 남편이 살 수만 있다면…".권오남(45·여·대구 달서구청 사회복지과)씨는 4일 서울 중앙병원에서 남편 강우식(46)씨에게 간을 떼 줬다. 간 이식 수술은 간암으로 혼수상태에 빠진 남편을 살리기 위한 마지막 선택이었다.
수술 후 의식을 차린 권씨는 가장 먼저 '남편의 건강상태'를 물었고, 수술 경과가 좋다는 말을 듣고서야 안도했다.
"남편을 살려야 한다는 일념에 간 조직 검사를 했고, 이식에 적합하다는 결과를 들었습니다. 너무 감사했습니다".
경북도 공무원으로 근무하던 강씨는 지난 98년 간경화 판정을 받고 동산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오다 올 3월 급기야 간암이라는 청천 벽력같은 사형선고를 받았다. 이후 3차례에 걸친 수술을 받았지만 증세는 더욱 악화돼 지난 10월 중순 복수에 물이차고 혼수상태에 빠지게 됐던 것.
권씨는 이에 남편의 병간호와 직장 생활을 병행하며 힘든 하루하루를 보내야 했고, 무엇보다 남편의 암 판정 및 투병생활을 옆에서 지켜볼 수밖에 없는 고통을 겪어야 했다.
하지만 권씨는 언제나 미소를 잃지 않았다. 힘든 티를 내지 않아 동료들도 권씨의 딱한 사연을 최근에야 알게 됐을 정도.
권씨는 남편의 간호에 전념하기 위해 한때 사표를 내려고 결심, 구청 인사담당과 상담까지 했지만 '내가 죽으면 당신과 아이들은 어떻게 사느냐'는 남편의 눈물어린 만류로 마음을 다잡기도 했다.
직장 동료들 사이에 '화를 낼지 모르는 사람', '복지담당 공무원의 모범'으로 불리는 권씨의 소원은 남편의 쾌유와 하루빨리 현직에 복귀, 어려운 사람들에게 힘을 다해 온정을 베푸는 것.
"수술 경과가 좋다는 말대로 남편이 건강한 모습으로 일어났으면 좋겠습니다. 남편과 함께 다시 태어나 진정으로 어려운 이웃과 함께 하는 공복이 되고 싶습니다"이호준기자 hoper@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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