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뒤떨어진 장애인 권익을 위해 내놓고 있는 장애인 관련 법안들이 정부의 예산·인력지원이 따르지 않고 일선 행정기관들의 법집행 의지 마저 빈약해 '속빈 강정'으로 끝나고 있다.
교육인적자원부는 내년부터 초.중.고는 장애학생이 단 1명만 있어도 반드시 특수학급을 설치하도록 하는 '특수교육진흥법'개정안을 마련, 내년 3월부터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장애학생 4명 이하인 학교 3∼5개를 묶어 1개의 특수학급을 마련토록 한 현행법에 따라 거주지와 다른 학구의 학교에 다니는 불편에서 벗어날 것이란 기대가 장애아 가족들의 컸다.
하지만 내년 신학기 시작이 다가오면서도 각 교육청은 교실마련이나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 등의 대비를 전혀 않고 있으며, 이를 지키지 않더라도 제재규정이 없어 교육현장에서는 거의 무관심 상태라는 것이다.
따라서 대구시내 초교 184곳 가운데 108곳, 중학교는 108곳 중 25곳, 고교는 76곳 가운데 3곳만 특수학급을 개설해 비장애인보다 더 심한 통학불편을 겪고 있는 장애아들의 고통은 여전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대구시교육청 관계자는 "정부지원도 없는 상황에서 장애학생 1명을 위해 따로 학급을 만들어야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라며 "교육인적자원부로부터 정확한 지침조차 받지 못해 아무런 대책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7월부터 강화한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 관련법에 따라 관련시설 미설치시 최고 3천만원까지 이행강제금을 부과토록했지만 전국적으로 단 한건의 부과 사례가 없다. 장애단체에 따르면 이행강제금을 부과하는 지방자치단체 스스로가 낮은 편의시설 설치율을 보이기 때문에 위반시설에 대한 감독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기업체의 일정부분 장애인채용을 의무화한 장애인고용촉진법은 10년이 넘었지만 지난해 말 현재 의무고용 대상인 300인 이상 사업장 가운데 20%가 단 1명의 장애인도 고용하지 않고 있다.
장애인단체 관계자는 "장애인을 위한 법은 해마다 선진국 수준으로 높여놓고 있지만 장애인 체감편의는 나아지는 것이 없다"며 "정부의 대책마다 제대로 굴러가지 않으니 장애인인권 후진국가라는 비난이 여전할 수밖에 더 있겠느냐"고 말했다.
최경철기자 ko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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