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카드 남발, 信用붕괴 안되게

경제의 기본 단위인 가계의 신용상태가 갈수록 불량해지고 있어 경제회복의 심각한 걸림돌이 되고 있다. 가계 신용불량은 결국 연체액 증가로 인한 금융권 부실과 개인 파산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어 우리 경제 전반에 미치는 악영향은 부연 설명할 필요조차 없다. 최근 한 일간지의 조사 결과, 지난 12월1일 현재 신용카드 불량자는 105만명으로 지난 8월말(95만4천명)과 비교하면 3개월 사이에 10만명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카드 신용불량자가 급증하면서 전체 금융기관 신용불량자 수도 지난 10월말 현재 280만명을 넘어섰다. 작년 말(258만명)이후 1년도 안돼 무려 20만명 이상이 늘어난 셈이다.

금융권은 지난 6월 신용불량자 153만명을 대량 사면하고 신용불량자 기준을 대폭 완화했다. 그런데도 이처럼 신용불량자가 불어나는 것은 '마구잡이' 카드 발급이 여전히 성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보험업계를 떠난 주부들이 하루 3, 4명만 유치하면 월 100여만원을 벌 수 있는 카드업계로 몰리는 바람에 카드 신규 발급은 불이 붙은 상태다. 게다가 당국의 대대적인 단속으로 사채 시장마저 위축되자 서민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살인적 금리인 신용카드 변칙 발급에 발을 들여놓지 않을 수 없는 실정이다. 지난 10월말 현재 신용카드 발급매수는 8천118만 매로 15세 이상 경제인구 1명당 평균 3.6매에 해당한다고 하니 '신용'을 보증하는 카드인지 '불신'을 조장하는 카드인지 분간하기조차 어렵게 됐다.

신용카드는 그 편리성과 세원(稅源)확보 차원에서도 권장할 만한 결제 수단이다. 그러나 사용자의 철저한 신용이 바탕되지 않으면 그야말로 '불량 카드'와 같다. 결국 거품 소비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카드 사용자 대부분이 고금리의 현금서비스에 집중돼 있고 경제적 능력이 없는 10대와 20대를 신규 발급 대상으로 삼는 관행은 하루빨리 개선돼야 한다. 모처럼 일고 있는 민간부문의 소비 증대가 "일단 쓰고 보자"식의 불량 소비에 기초하고 있다면 우리경제의 미래는 참담할 것이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