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의 근본원리는 원류에의 지향성에 있습니다. 그렇게 보면 향토 근대문학의 뿌리는 '향가'로 거슬러 올라가지요". 10일 오후 2시 '향토문학자료 전시회'가열리고 있는 대구시립서부도서관에서 '향토문학의 발자취'란 주제의 문학강연을 한 윤장근 죽순문학회장(70). 그는 신라 천년의 문화를 떠받치고 있는 향가(鄕歌)야 말로 향토의 근대문학을 낳은 '생명의 회랑'이라고 강조했다.
'혹여 나를 아니 부끄러워하시면 꽃을 꺾어 바치오리다'란 표현으로 대변되는 '헌화가'의 서정성이 소월의 '진달래꽃'에서 '죽어도 아니 눈물흘리오리다'로 재현됐다는 것. 그리고 '처용가'의 호방함은 또 어떠한가라고 되물은 윤 회장은 천공에 떠있던 신라인의 심성이 고려가사 '가시리'를 낳고 이육사의 '청포도'에서의 서정과 '광야'의 기개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향가에의 귀소의식.회귀성이 곧 근대문학 특히 향토문학의 출현 배경이라는 것이다.
윤 회장은 진골목.샘밖골목.약전골목 등 골목이 많은 대구의 공간적 특징도 향가의 정감과 결부시켰다. 정이 흐르고 인간정신이 축적된 공간,그것은 곧 상화와 빙허.목우.육사 그리고 백신애와 김동리.박목월.조지훈의 문학적 기반에 다름아니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같은 공간 속에서도 작가의 문학적인 정서가 상반되기도 한 것은 연연한 정서와 강직한 기질이 공존하는 대구의 풍토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다. 그 실례로 일제치하에서 도도한 민족 저항정신과 변절의 조류를 함께 초래한 것과, 해방후 민족주의자들의 대거 월북, 그리고 향토에 남아 민족정서를 온전시킨 숱한 문인들을 떠올렸다.
그것은 경상도 기질의 한 전형이지만 멀게는 신라의 향가에서 배태된 '원향(原鄕)의식'의 작용이라는 것. "한국전쟁이란 비극적 상황에서도 대구는 문학의 르네상스를 맞았습니다. 오늘날 대구문학의 뿌리가 된 '향촌동 시대'와 '상고예술학원'(상화와 고월에서 한글자씩 딴 이름)을 탄생시켰지요"
윤 회장은 "당시 피난문인들은 대구에서 고향처럼 지내다가 돌아갔다"며 함경도 출신 작가 최정희의 '회상곡'이란 소설에서 에필로그로 남긴 '정다운 대구여…'란 문구를 되읊었다. 그것이 대구인의 진면목 그리고 향수의 교두보. 노작가는 "이런 대구와 향토의 문학을 어찌 아니 사랑하랴"란말을 끝으로 강연을 마쳤다.
조향래기자 swordj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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