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행 성서공단지점 강도사건 발생 3일째를 맞은 경찰은 범인이 범행에 이용한 차량, 엽총 등을 태워 없앤 데다, 복면을 한 범인의 인상착의 파악과 목격자 확보에 진전이 없어 수사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다.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조선호 대구지방경찰청 차장)는 12일 범인이 치밀한 사전답사를 통해 범행했을 것으로 보고 기업은행 성서공단지점과 함께 인근 30여개 금융기관의 최근 6-10일간 폐쇄회로 테이프를 수거, 동일 인물을 찾는데 주력하고 있다.
또 달서경찰서는 13일 은행 폐쇄회로에 찍힌 강도사건 용의자 사진이 담긴 수배전단 10만부를 제작, 대구지역 및 경남 창녕 등에 배포하는 한편 신고포상금 1천만원을 내걸었다.
수사본부는 범인이 은행에서 나온 뒤 복면을 벗으면서 승용차에 탑승했다는 현장 목격자 진술, 범행에 이용한 승용차의 열쇠를 건네줬던 수성구 두산동 ㅂ모텔 종업원 김모(40.여)씨의 '차량에 동승한 여성이 있었다'는 진술에 따라 이들을 상대로 범인 인상착의 확보에 힘을 모으고 있다.
경찰은 또 범인이 레저용 조끼를 입었고, 엽총을 사용한 점 등 엽사일 가능성이 많아 달서구, 달성군 등의 총포 소지허가자 및 취소자를 상대로 수사하고 있다.
본부는 범인이 은행을 떠나 화원읍으로 도주하면서 일반도로 대신 농로 등 샛길을 이용한 것으로 보여 주변지역을 잘 아는 사람의 소행으로 추정하고 있다.
수사본부 관계자는 "범행에 사용한 엽총 2정과 함께 도난당한 것으로 알았던 공기총 2자루가 총포사 주인집에서 발견됨에 따라 총기를 사용한 추가 범죄가능성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대구를 벗어났을 가능성도 있어 수사지역을 확대했다"고 말했다.
이호준기자hoper@imaeil.com
달서구 월암동 기업은행 엽총 강도가 지니고 있을 것으로 추정됐던 공기총 2정이 지난 8일 남구 봉덕동 ㄱ총포사에서 숨진 정모(66)씨 집에서 발견돼 경찰 초동수사가 다시 한 번 허점을 드러냈다.
경찰은 '총포사 살인사건' 당시 주인 정씨가 보관하던 40여 총기 중 엽총 2정, 공기총 2정이 없어졌다고 밝혔지만, 12일 오후 5시쯤 총포사 주인 정모(66)씨 침실 안쪽 골방에서 5.5mm 단탄 공기총 2정을 발견, 총번 대조 결과 없어진 총기임을 확인했다.
정씨 집은 총포사(지하1층) 건물 3층으로 경찰은 같은 건물에 있던 공기총 2정을 사건 발생 후 4일이 지나서야 발견, '형식적 수사'라는 비난을 면치 못하게 됐다.
경찰은 사건발생 후 정씨 집을 수색하지 않았다가 11일 달서구 월암동 기업은행 강도사건이후에야 정밀 재수색을 실시, 공기총 2정을 발견한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엽총 강도가 가지고 있던 실탄이 정씨 총포사에서 없어진 것인지 조사하고 있지만 제자리걸음만 계속하고 있다. 총기 소유 허가증만 있으면 누구나 실탄을 구입할 수 있는데다 정씨 대장에도 실탄 거래 내역이 기록돼 있지 않기 때문이란 것.
경찰은 총포사에서 없어진 총기를 모두 발견, 추가 범행은 없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 총포사에서 발견된 족적 및 정씨 통화내역 발신지 추적을 계속하는 한편 대구.경북지역 총포사를 중심으로 실탄 판매 기록을 조사하고 있다.
이상준기자 all4you@imaeil.com
경찰은 구마고속도로와 대구- 창녕간 국도변에 설치된 무인 단속카메라 5대에 지나달 29일부터 11일까지 단속된 500여대 중 범행에 이용된 매그너스 승용차와 경남 창녕 번호판을 단 차량 확인했으나 찾지 못했다.
또 범행에 이용된 차량이 불탄 달성군 화원읍 일대 및 범인 도주 예상로 인근 페인트 판매업소 20여개, 빈 농가, 공장 등 은신 용의처를 탐문했지만 아직 별다른 성과가 없는 실정이다.
수사본부 한 관계자는 "목격자 및 은신 용의처, 총포상, 시너 구입처 등을 상대로 집중 수사하고 있으나 아직 별다른 단서를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11일 발생한 기업은행 성서공단지점 강도사건 신고시간과 관련, 경찰.경비업체가 밝힌 사건접수 시각과 시민.은행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고객 및 은행직원들이 경비업체와 경찰에 신고했다는 시간과 대구경찰청 112지령실에 접수된 시간이 3, 4분 정도의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
경찰에 따르면 강도사건 발생 시각은 이날 오후 3시 14분전후. 강도에 놀라 은행밖으로 나온 고객들은 "112에 신고한 시간이 사건 발생으로부터 1~ 2분밖에 걸리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 달리 지령실에 가장 먼저 강도신고가 접수된 시각은 오후 3시 19분 18초.
또 은행직원은 범인이 은행에 들어와 총을 쏜 직후 사설경비업체와 연결된 비상벨을 눌렸다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경비업체에 접수된 시간은 오후 3시 18분 23초로 4분정도의 차이가 나고 있다.
이에 대해 경찰 및 경비업체 관계자들은 신고와 접수 시간이 결코 다를 수 없다고 전제, 두가지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먼저 대구경찰청 112지령실 전산망 시간기록의 부정확성. 전산망 시계의 시간이 실제 시간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다. 112지령실 한 관계자는 "전산상의 시계와 실시간 사이에 오차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또 하나는 사건 발생 시각이 이날 오후 3시 14분이 아닐 수 있다는 것. 사건 당시 현장에 있던 은행 직원 및 고객들은 폐쇄 회로에 범행장면이 찍힌 시간을 기준으로 사건 발생시각을 14분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평소 폐쇄회로 화면상의 시간과 실제 시간이 조금씩 차이를 보여, 실제 사건발생 시각은 14분보다 수분정도 늦은 시각일 수 있다는 얘기다.
이호준기자hoper@imaeil.com
도난당한 차량번호판이 도로를 활개치고 있다.
탈주범 신창원 사건, 기업은행 대구성서공단지점 엽총강도사건에서 처럼 범인들이 훔친 차량번호판을 각종 범죄의 기동성에 이용하고 있지만 경찰의 수배망은 이를 제대로 잡아내지 못하고 있다.
이는 대부분의 피해자들이 차량번호판을 도난당한 후 경찰에 '분실'로 신고하는 바람에 수배망에서 빠지는 데다 경찰 또한 도난 신고를 받고도 이를 제대로 수배 및 검문검색하지 않기 때문이란 것이다.
대구시번호판교부소의 경우 분실 및 도난을 이유로 올해(11월 현재) 재교부한 차량번호판 908건 가운데 분실이 872건으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도난은 36건이다.
이같은 현상은 재교부를 받기 위한 경찰의 확인서 발급과 관련, '분실'신고는 파출소에서 하는 반면 '도난'은 경찰서까지 가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어 피해자 대부분이 분실로 신고하기 때문이란 것이다.
이처럼 분실로 처리할 경우 경찰은 이를 번호판교부소에 재교부신청자료만 넘겨줄 뿐 경찰의 번호판 조회 대상에서는 제외하고 있다.
대구지방경찰청 관계자는 "올들어 차량번호판 조회는 226건이며, 회수율은 30% 정도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따라서 대부분의 도난 번호판이 원천적으로 경찰의 수배 조회와 검문검색에서 빠지고 있어 또다른 범죄로 이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도난 신고시에도 경찰의 검문검색이 장기방치 차량, 다른 시·도 차량, 식별이 어렵거나 번호판 훼손 차량 등에 한해 이루어지기 일쑤고, '도난차량식별카메라'도 서울과 부산의 도심에만 설치해 도난번호판의 경찰수배가 허술하다는 것이다.
지난 11일 발생한 기업은행 강도사건 역시 범인이 지난달 29일 경남43가53××호 번호판을 훔친 뒤 창녕경찰서가 도난수배를 했지만 10여일 동안 검문검색에 한번도 걸리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한 관계자는 "도난 번호판을 찾아내기 위해 수많은 차량을 일일이 조회하고 검문해 확인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털어놨다.
모현철기자mohc@imaeil.com 이상준기자all4you@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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