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대통령 후보경선 도전을 선언한 박근혜 한나라당 부총재는 출마의 변을 정치개혁으로 꼽았다. 1인 지배 정당체제를 청산하고 화해와 화합의 역사를 열자는 구호를 내걸었다. 그는 또 "공정한 룰을 만들어 경선이 이뤄지면 승산이 있다"고 단언하며 '이회창 대세론'을 허구라고 했다.
- 여성 대통령이 가능한가.
▲우리나라에선 여성 유권자가 여성후보를 안 뽑는다고들 한다. 하지만 남성 유권자가 다 남성후보를 찍는다고 볼 수 없는 것처럼 그런 논리는 맞지 않다. 여성후보도 유권자들이 판단해서 뽑을 만한 인물이다 싶으면 지지할 것이다. 국민들은 지금의 정치현실에 식상해 있다.
- 박 부총재를 두고 '제2의 이인제'라고 비하하는 이도 있다.
▲비겁한 짓이다. 만약 국민이 이 총재보다 더 지지하는 후보가 있다고 치자. 이 경우 이 총재가 출마한다면 그가 바로 제2의 이인제가 아니겠나.
- 경선결과에 관계없이 탈당설이 나오고 있다.
▲경선룰이 공정하게 만들어지면 이길 자신이 있고 누구라도 결과에 승복할 것이다. 혹자는 '그런 룰이 지켜지지 않으면 어쩌나' 하는데 이뤄질 것으로 본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1인 지배체제 하에서 치러지는 전당대회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국민의 의사를 반영할 수 없는 데다 당원의 뜻도 반영할 수 없다. 경선출마를 탈당 명분용이라고 비판하는 저의가 의심스럽다. 그런 사람들에게는 자신의 영화만 보이고 국민들은 안중에도 없다.
- 개혁의제를 다룰 가칭 '한나라당 개혁추진협의회' 구성을 제안했다.
▲지난 97년 대선 때 우리 당이 변화했다면 지지않았을 것이다. 지금 여당이 쇄신을 논의하고 있다. 국민도 변화를 원한다. 이를 외면해서는 수권정당이 될 수 없다. 경선 후보자와 당내외 중립인사가 모여 합의제로 안을 도출하자는 뜻에서 제안했다.
- 한추협 구성에 부정적인 견해가 많다.
▲될 것으로 본다. 안 된다고 하면 국민이 외면하는 정치를 하겠다는 것이다. 다윈의 '진화론'을 봐도 알 수 있다. 시대변화에 적응한 생물은 살았지만 나머지는 다 멸종했다. 국민여망과 시대요구에 부응하면 지지를 받고 거부하면 도태될 것이다.
- 자민련과의 관계를 어떻게 보나.
▲지금 자민련은 민주당과의 공조파기로 생존전략을 짜야 할 판이다. 한나라당은 얼마든지 자민련을 끌어안을 수 있지만 자꾸 더 멀어지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나라당이 자민련도 못 끌어안는데 국민을 어떻게 안을 수 있나.
- 개헌론에 대한 입장은.
▲진작에 (개헌을)했어야 했다. 4년 중임제는 잘하면 다시 기회를 줄 수 있고 못하면 바꿀 수 있다. 여야 모두 당장의 대선경쟁에 도움이 되느냐에만 관심을 가질뿐 국가경쟁력은 생각도 못하고 있기에 개헌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 국가지도자의 덕목과 자질은 무언가.
▲지도자는 국가관이 뚜렷해야 한다. 사심을 버리고 깨끗해야 한다. 지금의 1년은 과거의 10년이다. 5년을 어물쩡거리다 50년을 뒤지게 되면 어떻게 하나.
- 당내 박 부총재를 지지하는 이가 많지 않다.
▲1인 지배체제의 구조적 문제다. 한나라당은 마치 여당이 다된 것처럼 행동하고 있다. 정치개혁은 시대적 요청이기에 동조하는 이가 생길 것이다. 나의 견해에 찬성하는 이와는 언제든지 힘을 합칠 것이다. 그렇다고 세력화나 계보정치를 할 뜻은 없다.
- 김윤환 민국당 대표는 박 부총재의 출마를 이미 예견했다.
▲어떤 분과도 논의하지 않았다. 김 대표와의 연대설이 있지만 야당 안에서 경선한다고 했는데 지금 당 밖에 있는 분과 (연대를)하겠나. 또 제3후보니, 영남후보니 온갖 시나리오가 많았지만 나와는 관계없는 것이었다.
- 경선이 본격화되면 개인 신상에 대한 여러 비난도 나올 법하다.
▲ 지역구 선거에서 두 번씩이나 엄청난 상대와 싸우며 오만가지 희한한 일도 겪었다.
- 형제간 우애는 좋은가.
▲지난번 선거 때도 다들 와서 도와줬다. 동생 지만이는 나와 함께 골목골목을 돌며 같이 선거운동을 했다. 나중에 들어보니 며칠 끙끙 앓았다고 하더라.
- 시·도지사 후보 경선을 어떻게 보나.
▲대선은 예비선거 같은 게 한 방법일 수 있지만 지방선거는 공정룰이 지켜지지 않을 수 있다. 대의원 숫자가 적기 때문에 돈으로 매수할 수 있고 금권정치가 판칠 수 있다. 어떻게 하는 것이 효과적인지는 민심을 잘 수렴해 결정해야 한다. - 아버지 후광을 극복할 방안은.
▲아버지를 생각해서라도 잘해야 한다는 부담을 항상 갖고 있다. 그렇다고 아버지를 들먹거리거나 이용한 적은 없다. 아버지는 절대빈곤을 극복하신 분이다. 아버지가 못다 한 민주화를 완성시키고 싶다.
- 경제가 회생할 가능성은 있다고 보나.
▲있다. 전제조건은 정치개혁이다. 소모적인 정쟁으로 경제의 발목을 잡는 대신 생산의 정치를 하면 얼마든지 경제가 살아날 수 있다. 기존의 전통산업을 고부가가치화하고 새로운 성장엔진을 만들어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
- 지역에서는 강재섭 부총재와 비교하는 이가 많다.
▲강 부총재는 능력이 출중한 분이며 아이디어도 많다. 그러나 지역맹주가 필요하다고 생각지 않는다. 그것도 시대에 뒤떨어진 사고다.
- 경선비용이 만만치 않게 들 것이다.
▲매년 한차례 후원회를 통해 마련된 범위내에서 정치자금을 써왔다. 국민의 지지를 받는다면 국민이 도와줄 것으로 생각한다. 미국의 경우 국민들이 자진해서 봉사하고 십시일반 후원금을 내는 것을 볼 때 부럽다는 생각도 든다.
대담=서영관 정치2부장 seo123@imaeil.com
정리=김태완기자 kimch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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