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성서 은행강도, 의문투성이

치밀하고 대담한 범행으로 충격을 안겨준 기업은행 대구성서공단지점 엽총강도사건이 숱한 의문속에 미궁에 빠져들고 있다. 시민들은 어떻게 손님이 붐비는 대낮에 은행직원과 고객 30여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단1명의 범인이 엽총을 쏘아대며 1억2천600만원을 뺏어 달아날 수 있었는지에 의문을 나타내고 있다. 더욱이 총기난사 은행강도는 대구지역에서 처음 발생한 사건이어서 시민들의 불안감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 제보가 없다

사건발생 후 사흘이 지나도록 경찰 특별수사본부엔 수사에 도움이 될 만한 제보가 들어오지 않고 있다. 다만 은행폐쇄회로에 찍힌 범인의 모습이 주변사람과 비슷해 다시 보고싶다는 문의 20여건 뿐이다. 하지만 범인이 복면을 했기 때문에 도움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

대형 강력사건이 일어날 경우 제보가 잇따랐던 것과는 대조인 양상이다. 범인은 범행을 위해 차량번호판, 매그너스 승용차 절도, 총포사 주인 살해 후 엽총 강취, 은행강도 후 차량 및 엽총 소각 그리고 도주의 과정에서 현재까지 단 한차례의 목격자도 남기지 않았다.

은행에서 나온 범인이 승용차에 타면서 복면을 벗는 것을 본 목격자 역시 차량안에서 사이드미러를 통해 범인을 목격했다고 진술해, 경찰을 애태우고 있다. 또 범인이 승용차를 훔치는 줄 모르고 매그너스 승용차 열쇠를 잘못 준 한 모텔 종업원도 범인의 얼굴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제보가 없자 경찰은 범인이 사전에 기업은행 성서공단지점은 물론 인근 금융기관을 '사전답사'했을 것으로 보고 30여곳의 폐쇄회로에 찍힌 고객 모습을 일일이 분석하고 있다.

▲ 기은 성서공단지점을 택한 이유

가장 큰 이유는 인적이 드문 반면 기업고객이 많아 현금 유통량이 많기 때문으로 경찰은 추정한다. 이곳은 성서공단을 비롯 주변의 기업체와 주로 거래하는데다 연말이어서 다른 금융기관 점포에 비해 현금을 많이 취급한다는 점이다. 또 가장 가까운 월성2동 파출소와 4.2km 떨어져 경찰 출동이 오래 걸릴 것이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이다. 또 하나는 경남, 전남·북 등 여러 방면으로 달아나기가 용이한 장소다.

이에 따라 경찰은 범인이 이 일대의 지리를 잘 알거나 연고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 3분만에 1억2천600만원 강취

고객과 은행 직원의 신고를 받고 경찰 및 경비업체 직원이 현장 도착에 걸린 시간은 5분 정도. 따라서 은행 직원들이나 고객들이 조금이라도 시간을 끌었다면 범인을 붙잡을 수도 있었다는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당시 은행 직원들이나 고객들은 별다른 저항을 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여직원들이 강도범과 맞섰던 98년 11월 서울 ㅁ새마을금고 강도사건과는 대조적이다.

경찰은 범인이 은행에 들어서자마자 엽총을 천장에 한발 쏴 직원 및 고객을 심리적으로 제압한 데다 엽총은 공기총, 권총보다 소리와 크기가 커 저항할 엄두조차 낼 수 없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호준기자hoper@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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