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검사의 길을 선택한 것은 사회와 국가를 병들게 하고 국민을 울리는 나쁜 인간들-악인(惡人)들을 뿌리뽑기 위해서다. 특히 정치권력과 기업을 통해 부정을 저지르는 거악(巨惡)들을 끝까지 엄단해서 절대로 발을 뻗고 잘 수 없게 해야한다".
일본은 신(神)들이 많은 나라다. 한 분야에서 평생 외길을 걸으면서 뛰어난 업적을 남기거나 사회와 국가를 위해 공헌한 우뚝한 인물을 '신'으로추대하고 존경하고 기리는 것이다.신의 종류는 '군신(軍神)', '경영의 신', '교육의 신' '예술의 신' 등 다양하다. 2차대전 이후 검찰분야에도 기라성같은 인물중에서 신으로 추앙받고 있는 인물이 2명있다. '검찰의 신'으로 불리는 인물은 1980년대 초반 검찰총장을 지낸 이토 시케키(伊藤榮樹). 40여년간 거대한 권력과 온갖 외풍의 압력에 흔들림 없이 꿋꿋하게 사회악과 권력형 비리의 척결에 진력했던 그는 작고한 후 지금도 '미스터 검찰' '클린 검찰' '국민의 검사'로 불린다. 앞에 인용한글은 이토 총장이 은퇴 직전 후배 검사들에게 한 충고다.
또하나의 스타는 이토보다 12년 선배인 가와이 노부타로(河井信太郞). 부정한 고위 공직자 권력가 기업인들이 이름만 들어도 몸을 움츠린다는 도쿄지검 특수부를 오랫동안 지휘하면서 공직자·정치인들의 뇌물수수, 직권남용 등에 의한 권력형 비리와 검은 돈거래에 의한 정경유착(政經癒着)에 대한 소탕의 공로로 '특수검찰의 신'으로 불리고 있다.
이들 두 신은 1945~1980년대까지 있었던 각종 권력형 비리와 정경유착사건을 어김없이 맡아 흑막을 철저히 규명한 후 고위공무원 정치인 경제인들을 줄줄이 법정에 세우고 퇴출시켰다.한국과 일본의 검찰청 운용에관한 법체계는 거의 같다. 그런데 일본국민들은 권력형 부정이든 단순비리사건이건 검찰이 수사에 착수했다면 안심하고 기다린다. 검찰이 최고권부와 여야당 등 누구로부터도 일절 영향이나 압력을 받지않고 독자적으로 수사한 후 기소여부를 결정하기 때문에 국민들은 그대로 믿고 수긍한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검찰이 정치적부정과 정경유착 사건에 손을 댔다하면 국민들은 의심의 눈으로 바라본다. 특히나 정치권력과 관련된 사건은거의가 엉뚱한 방향으로 수사가 오락가락한 끝에 흐지부지되거나 이상한 방향으로 적당히 매듭된다. 도대체 검찰이 지난 십수년동안 권력형 부정사건치고단한건도 속시원하게 파헤쳤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이러니 국민이 검찰을 불신하는 것은 당연하다.
물론 그중에는 열심히 수사해서 처리한 정치관계사건도 있어 억울한 면도 있겠지만 검찰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은 너무나 심각하다. 걸핏하면 '검찰의 독립' '중립'을 강조하지만 상당수 간부들부터 권력의 눈치를 보고있으니 어떻게 수사결과를 신뢰할 수 있겠는가?권력눈치보기와 적당주의 등 검찰의 위상이 흔들리기 시작한 것은 오래됐지만 이정부 들어와서 더욱 심화되어 오늘의 검찰의 모습은 참으로 만신창이의상태다.
범법자인 이용호를 1년전 소환, 조사한 지 하룻만에 검찰간부들끼리 연락해서 풀어주고 총장동생이 관련이 있으며 일부 인사는 친척의 취직부탁을 하는 등 피의자와 관련이 있으니 어떻게 공정한 수사가 이뤄지겠는가. 최근에는 신광옥 법무차관이 청와대수석비서관시절 진승현으로부터 거액의 돈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져 국민들을 아연케 하고 있다. 여기에다 검찰의 간부가 정치인인 대통령 아들의 제주휴가에 동참한 것은 참으로 한심한 일이라 하겠다. 그러고도 '개인적인 일'이라고 강변하니 검찰의 중립성 독립성은 어떻게 찾을 수 있겠는가.
결국 검찰총장이 야당으로부터 이용호·진승현 사건 등 3대게이트와 관련, 그리고 직무태만과 직권남용 등의 이유로 국회에서 탄핵안이 발의된것은 참으로 불명예스런 일이라 하겠다.
국민의 신뢰가 없는 검찰은 죽은검찰, 식물검찰과 다름이 없다. 이제 검찰은 비상한 각오와 노력으로 새출발해야 한다. 권력눈치보기서 벗어나고 대오각성의 자세로 어떤 사회악, 거악도 철저히 독립성을 갖고 공정하게 수사, 의법처리하는 노력을 3대게이트사건의 재수사로 보여줘야 한다. 그렇게해서 특별검사제 얘기가 두번 다시 나오지 않게 해야한다.우리국민은 언제쯤 '검찰의 신'을 아니 신(神)의 제자같은 검찰이라도 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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