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꿈을 빼앗은 죄'

종교에서 말하는 여성의 조상은 '이브'이지만 신화(神話)속 인류의 첫번째 여자는 '판도라'다. 인간에게 애정을 가진 프로메테우스가 불을 훔쳐 인간에게갖다준데에 화가 난 신(神) '제우스'의 미인계로 만들어져 지상에 내려온 여자. 제우스는 판도라에게 호기심을 불어넣고 절대로 열지 말라는 신신당부와 함께 선물상자를 준다. 궁금증에 미칠 것같은 판도라는 마침내 뚜껑을 열게되고, 범죄·질투·병·욕심같은 온갖 재앙들이 거기서 튀어나온다. 놀란 판도라가뚜껑을 닫았고 그속엔 단 한가지 '희망'만이 남았다. 그래서 사람들은 온갖 불행을 겪으면서도 꿈을 잃지않고 살아간다는 소설같은 이야기.

0..어린이들에게 모험과 환상과 꿈을 심어주는 영화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이 오늘 국내 개봉된다. 무명의 샐러리 우먼 '조앤 롤링'과 영화속주인공을 맡은 소년 '다니엘 래드클리프'(12)를 일약 스타덤에 올린 소설 해리포터 시리즈는 전세계 46개 언어로 번역돼 1억권 이상 팔렸고 국내서도'밀리언 셀러'가 됐다. 꿈-그게 있으면 희망도 생기고 그게 없으면 인생도 시들해진다. 직장인 700명에게 올초 소망을 물어봤더니 '돈벼락꿈'이 53%였다. 한병원에서 10대 3천명에게 설문했더니 절반이 "키 좀 더 컸으면"(남181·여169㎝)하는 것이었다. 이처럼 우리에겐 저마다 꿈이 있고 그 꿈이 깨어지지 않기를, 그 꿈이 현실이 아니라면 차라리 그 꿈에서 오랫동안 깨지말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래서 '꿈을 빼앗은 죄'가 있다면 그것은 큰 죄가 된다.

0..최근 호주의 한 공립초등학교 교사가 바로 이 꿈을 빼앗은 죄로 해직됐다. 크리스마스 이브의 산타클로스는 존재하지 않으며 그 선물도 사실은 부모들이 주는 것이라고 수업시간에 까발려 학부모들의 거센 항의를 받은 게 중징계의 이유다. 경북도내에서도 지난달 꿈을 빼앗는 조그만(?)사건이 있었다. 한 초등학교 2학년 담임선생님이 기초학력 평가시험날 반(班)평균점수가 떨어질까봐 공부못하는 한 아이에게 집에서 하루 쉬라고 했다는사건이다. 이 선생님 역시 며칠전 교육당국으로부터 견책처분을 받았는데, 우리교육의 구조적 문제이긴하나 처분의 무게가 서양과는 너무 다르다는 느낌이다.

0..반대로 경기도 어느 중소도시 초등학교 담임선생님이 주1회 '점심시간에 비빔밥 만들어 먹기'란 아이디어로 사제간의 정, 친구들간의 우정을 비빔밥처럼 비벼 크게 만들고 있다고 한다. 참으로 신선한 꿈이야기다. 믿음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 밝혀져 실망할지라도 어린이에게 꿈꿀 기회를줄것인가 말것인가-를 생각케하는 사건들이지만, 영화 '해리포터'는 우리에게 '믿음은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차원을 뛰어넘는다'고 타이르고 있다.

강건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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