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학년도 정시모집은 원서접수 마감일인 13일 오후 4시부터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막판 눈치작전이 극심했다. 대학마다 이때쯤 수험생과 가족들이 접수장으로 몰려들어 북새통을 이뤘다.
○…대부분 지역 대학들에선 마감 직전 한 시간 동안 1천~2천여명의 수험생들이 원서를 한꺼번에 접수시켰다. 이 때문에 밀린 지원자로 대부분 오후 6시를 넘어서까지 접수가 계속됐다.
경북대 경우 오후 4시 당시 지원자가 6천479명이었으나 최종 마감 때는 1천500여명 늘었고, 오후 3시 이후 접수자는 대구가톨릭대가 3천명, 계명대가 2천200여명이었다. 이때문에 경북대 컴퓨터공학과는 오후 4시까지도 미달(정원 51명에 지원 38명)이다가 그 후 77명이 무더기 지원해 2.2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영남대 접수장(체육관)엔 마감시간인 오후 5시에도 몰려 있는 수험생이 1천500여명에 이르렀다. 대륜고 배모군은 "경상대·인제대에 원서를 내놓고 영남대에선 막판까지 기다렸다가 자연자원대 중 경쟁률이 가장 낮은 곳에 접수시켰다"고 말했다○…오전까지도 한산하던 경북대 원서접수장에선 오후 4시 마지막 경쟁률 상황판이 나붙자 수험생들 사이에서 지원학과 탐색전이 불붙었다. 인문계를 지원한 한 수험생은 "자연계 학과들엔 아직 미달이 많지만 교차지원이 안되고 인문계는 오후 3시쯤 대부분 정원을 넘어서 어찌해야 할지 고민"이라고 했다.
상당수 수험생은 전형료만 납부한 채 지원학과를 정하지 못해 갈팡질팡했고, 일부는 접수창구 앞에서 급히 지원학과를 바꾸기도 했다. 재수생 박모군은 "어제도 나왔다가 원서를 못내고 오늘도 오후 내내 지원 상황만 지켜보고 있다"고 했다.
또 적잖은 수험생·가족 등은 원서를 접수시키고도 불안한지 발길을 돌리지 못하고 서성였다. 이 때문에 경북대측은 "접수를 끝낸 수험생은 그만 돌아가라"고 여러차례 안내 방송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대학측은 마감시간 20분 후 접수장 입구 문을 닫고도 수험생 출입을 통제를 하진 않았다.
○…영남대에선 김모군이 친구의 원서를 대신 접수시키러 왔다가 높은 경쟁률에 놀라 긴급히 본인과 휴대폰 전략 회의를 했다. 아들 원서를 접수시키러 왔다는 서모씨는 "가족들이 뿔뿔이 흩어져 대구가톨릭대·대구대·영남대 야간학부 등으로 나눠 원서를 냈다"고 했다.
계명대 접수장에서 오후 내내 경쟁률 추이를 지켜보던 전모(46)씨는 "최종 의논 결과 영남대에 가 있는 아들과 아내가 그쪽에다 접수키로 했다"면서 접수를 포기하고 발길을 돌렸다. 전씨는 "마지막 원서 접수가 일년 공부 뒷바라지보다 더 힘든 것 같다"고 했다.
이런 공조 작전의 최대 무기는 단연 휴대폰이었고 아예 휴대폰 2대로 번갈아 통화하는 수험생도 있었다. 한 여학생은 "친구가 근처 PC방에서 다른 대학 경쟁률을 전화로 알려주고 있다"며 "오후에만 20통 이상 통화했다"고 했다.
통화량 폭주로 접수장 근처에선 오후 4시 이후 일부 통화가 잘 안되는 일까지 빚어졌다. SK텔레콤 대구지사 집계에 따르면 13일 오후 4~5시 사이 경북대 내 011 통화량은 7만2천통, 영남대는 3만8천통, 계명대는 3만5천통이나 됐다.
○…대부분 대학들은 시간대별 경쟁률을 인터넷 홈페이지에 게시했으며, 접수장에 나와 있던 어떤 수험생은 휴대폰으로 무선인터넷에 접속해 실시간 경쟁률을 검색하기도 했다.
계명대는 대형 스크린을 설치하고 빔 프로젝트로 경쟁률을 알려줘 환영 받았다. 때문에 오후 4시30분정도까지도 스크린 앞에 수험생들이 몰려 있다가 마감시간 임박해서 접수장으로 몰려가는 풍경도 연출됐다.
이창희기자 lch888@imaeil.com
김재경기자 kjk@imaeil.com
김수용기자 ks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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