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내가본 월드컵

94년 6월17일 오후, 20여명의 한국프로축구연맹 및 프로구단 관계자들과 미국 댈러스 코튼볼 구장 스탠드에 자리잡았다.

그라운드 한쪽에서는 홍명보와 황선홍, 고정운, 서정원, 노정윤 등 태극전사들이 몸을 풀고 있었다.

이날 스페인전으로 시작된 94 미국월드컵은 한국이 2무1패로 아쉽게 예선 탈락했지만 역대 월드컵에서 가장 파이팅 넘치는 인상적인 경기를 펼친 대회였다.

또 한국이 유럽의 축구강국과의 대결에서도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준 대회였다.

포항스틸러스의 전신인 포항제철 창단 멤버(골키퍼)로 활동했던 터라 누구보다도 선수들의 움직임 하나하나에 주목했다.

40℃의 폭염속에 진행된 이날 경기에서 한국은 전반을 득점없이 비긴 후 후반 초반 2골을 내줬으나 주저앉지 않았다. 후반 40분 홍명보는 그림같은 프리킥으로 골네트를 흔들었고 종료 1분전 서정원은 홍명보의 패스를 받아 동점골을 뽑아냈다.1주일 뒤인 24일 보스턴 폭스보로 구장에서 열린 볼리비아전은 보기 드물게 13분의 인저리타임이 적용됐다. 한국은 103분동안 후반 1명이 퇴장당한 볼리비아를 거세게 몰아붙이며 월드컵 사상 첫 승을 노렸으나 0대0으로 비겼다.

다시 댈러스에서 벌어진 독일전의 감동은 잊을 수 없다·'전차군단'독일을 상대로 보여준 대표선수들의 자신감 넘치는 플레이는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

한국은 전반 3골을 내줘 패색이 짙었으나 후반 7분과 18분 황선홍과 홍명보가 1골씩을 만회, 2대3으로 따라붙었다. 남은 시간 한국은 폭염에 지친 독일을 더욱 거세게 몰아붙여 한국 응원단 등 7만여 관중들을 열광케 했다.

내년 월드컵에서는 대표선수들이 지난 5차례의 본선 경험을 발판삼아 국민들이 염원하는 16강 진출을 달성해 주기를 바란다.

윤종범(포항스틸러스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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