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류 섭취량이 증가하고 피자 햄버거와 같은 패스트 푸드가 식단을 장악하면서 성인병과 암이 급격히 늘었다. 비만과 암을 예방하기 위한 '저지방 고섬유' 음식이 권장됐다.
◇고지방식이 암의 원인?=육류 섭취는 대장암의 원인으로 지목됐다. 그러나 최근의 연구에 따르면 고도의 육체적 활동이 대장암을 감소시킨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다. 비활동적인 생활양식도 지방섭취 못지 않게 대장암의 유발 요소로 추정되고 있다. 게다가 지방질은 그 종류 여하를 불문하고 대장암과 관련이 적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어 의학계를 혼돈시키고 있다.
섬유소의 항암효과도 의문시 되고 있다. 섬유소가 음식물의 발암물질과 결합하고 희석시켜서 속히 대장을 통과해서 배변시키며 대장내의 세균 균형을 인체에 유리하도록 재편하고 pH를 낮춰 대장암을 예방한다고 생각되어 왔다.
그러나 다량의 섬유소가 포함된 곡물을 섭취해도 대장암이 줄지 않는다는 연구결과가 잇따르고 있다. '저지방 고섬유' 식사가 심장병 예방에는 도움이 되어도 암예방에는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파이토케미컬이 암 예방=암을 예방하는 식사로 '채소와 과일'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1990년부터 미국의 국가암연구소에서는 포화지방이나 콜레스테롤보다는 암을 예방할 수 있는 파이토케미컬에 관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암연구소에 따르면 하루 400~600g의 과일과 야채를 섭취하면 호흡기와 소화기 계통의 암 발생위험이 50%정도 줄어든다는 것이다. 채소와 과일의 항암효과는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과학자들은 파이토케미컬(phytochemical)이라고 불리는 식물의 물질에 주목하고 있다. 이 물질은 세포의 손상을 예방하고 발암물질을 불활성화시키거나 제거하는 신체능력을 발달시키며 종양세포의 증식과 번식에 영향을 미치는 면역계 및 다른 인자에 좋은 작용을 하는 항산화제 역할을 한다.
◇색깔에 따라 다른 역할=파이토케미컬은 식물의 색깔을 내는 역할을 한다. 그래서 식물의 색깔을 보면 어떤 파이토케미컬이 많이 들어 있는지 알 수 있다.
붉은 색의 과일과 채소에는 라이코핀이 많다. 토마토의 색소인 라이코핀은 전립선에 작용해 전립선암을 감소시키는데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옥수수, 잎이 넓은 녹색 야채와 같은 녹황색 채소에는 루테인과 지안크잔틴이 많이 들어 있다. 루테인은 망막에 작용해, 노인 실명의 가장 큰 원인인 황반변성을 방지하는 역할을 한다.
붉은 사과, 포도, 딸기, 와인과 같은 자줏빛 음식에는 강력한 항산화제인 안토시아닌이 많이 들어 있다. 당근 망고 살구 겨울호박과 같은 주황색 음식에는 베타카로텐이, 오렌지 귤 레몬과 같은 노란색에는 플라보노이드가 많다.
브로콜리 양배추 케일과 같은 녹색 채소는 글루코시노레이트가 많고, 마늘 양파와 같은 흰색 야채에는 발암물질을 중화시키고 콜레스테롤을 감소시켜 심장을 보호하는 알릴기 황화물이 풍부하다.
◇과일.채소 편식은 금물=많은 사람들은 과일과 채소가 몸에 좋다고 해서 자신의 취향에 맞는 특정 음식만 섭취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과일과 야채에 들어있는 파이토케미컬의 종류는 색깔에 따라 다르고 우리 몸속에서 하는 역할도 조금씩 다르다. 미국 암연구소는 암예방을 위해서는 색깔이 다른 과일과 채소를 하루 5~9단위를 먹도록 권장하고 있다. 과일과 채소 1단위는 사과 100g(중간크기의 반쪽), 오렌지 100g(중간크기의 반쪽), 포도 15알, 케일 50g, 양배추 70g에 해당된다. 과일과 채소에는 무려 2만5천여가지 이상의 파이토케미컬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들 가운데 그 역할이 밝혀진 것은 일부분에 불과하다. 또 파이토케미컬이 암 예방과 관련된 생체지표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서는 더 깊은 연구가 필요하다. 그러나 현재까지의 잠정 결론은 비타민 보충제보다는 신선한 과일과 채소를 골고루 섭취하는 것이 건강에 더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글:이종균기자 healthcare@imaeil.com
도움말:서영성교수(계명대 동산병원 가정의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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