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의 일이다. 어릴 때 열병으로 양쪽 눈이 멀었다는 시각장애인 한 분이 대학생 딸과 함께 진료실을 찾아왔다.
"우리 딸이 쌍꺼풀 수술을 하고 싶어 합니다. 수술을 하면 더 예뻐질까요?"
딸의 얼굴을 한번도 본적이 없지만 쌍꺼풀 수술을 하고 싶어하는 딸의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성형외과를 찾아온 것이었다.
"아버님, 따님의 모습은 사랑스럽고 예쁩니다. 쌍꺼풀 수술을 하고 나면 더 예쁠 것 같습니다".
눈먼 아버지의 딸에 대한 사랑을 생각하며, 모녀의 행복한 웃음을 머릿속에 떠올리며 수술을 했다.
해마다 이때쯤이면 성형외과의사들은 바빠진다. 방학이 시작되면서 성형수술을 하려는 사람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성형외과를 찾는 사람들은 상급학교로 진학하면서, 학교를 마치고 사회에 진출하면서, 새로운 환경을 맞이하면서 자신의 이미지나 외모를 잘 다듬어 새로운 분위기에서 출발하기를 원한다.
외모만으로 한사람의 인격과 능력을 판단하는 풍조는 결고 바람직하지 않다. 그러나 외모로 인한 콤플렉스 때문에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지 못한다든지, 외모때문에 학교나 직장에서 부당하게 피해를 본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성형수술이 한 순간 불행으로 신체를 다쳐 우울증에 빠진 환자에게 행복을 돌려줄 수 있다면, 자신의 뜻과는 상관없이 태어날 때부터 가진 기형을 바로잡아 주고, 외모콤플렉스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면 굳이 비난할 필요는 없다고 할 것이다.
성형수술을 단순한 미용수술 이상의 치료 효과가 있다고 본다면 성형외과의사는 '칼을 든 정신과의사'라고 해야 마땅하지 않을까.
옛부터 동양에서는 병을 다스리는 의사를 소의(小醫), 마음을 다스리는 의사를 중의(中醫), 나라를 다스리는 의사를 대의(大醫)라고 했다. 성형외과의사는 병을 고치는 소의는 아니지만 마음을 다스리는 중의는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이경호 성형외과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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